접근조차 어려운 밀림, 모래뿐인 사막, 항상 눈으로 뒤덮인 극지방…. 이토록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여 세대를 이어 가는 종은 인간 외에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은 불을 피우고 옷을 만들어 입고 더우면 물에 들어가 보기도 하며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삶의 터전을 만들어 왔지만 난쟁이선충은 온전히 맨몸으로 극한의 추위와 더위를 이겨 낸다.
선형동물은 지구상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중 난쟁이선충은 북쪽 지방부터 남극까지 모든 대륙 많은 지역에서 보고되었으며, 오대양에 존재하는 조그만 섬들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난쟁이선충은 길이가 5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로 선충 중에서도 매우 작은 편이며, 땅속에서 박테리아를 섭식하며 살아가는 토양 자유 생활형 선형동물이다.

몸을 흔들어 헤엄치는 것 이외엔 별다른 이동 수단이 없어 스스로 먼 거리를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매우 작아서 흐르는 물이나 바람에 날려 자연적으로 옮겨지거나, 다른 생물에 붙어 이동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무작위적으로 확산이 이루어지는 생물들은 도착한 곳의 환경이 척박하면 먹을 게 없어 대부분 생존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난쟁이선충은 특히나 크기가 작아 생존에 요구되는 수분과 양분이 극히 적기 때문에 굶어 죽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세대기간이 1∼4주로 짧고 변이가 매우 빨라서 염도가 높은 바다, 고온의 온천이나 용암같이 극단적인 곳이 아니면 도착한 곳의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여 세력을 확장한다. 짧은 세대기간과 빠른 변이 속도, 높은 번식력은 생물 진화 연구의 대상 종으로 높은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으며, 지구상 대부분 지역에 분포하여 집단유전학 연구의 모델 종으로도 높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
이제 무더위를 이겨 내야 하는 여름으로 접어든다. 난쟁이선충처럼 맨몸으로 극한의 더위를 이겨낼 순 없는 우리지만 부채질을 해 보고 시원한 물도 마시며 더위에 잘 적응하여 올여름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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