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남산의 생태환경을 지키면서도 시민을 위한 여가 공간을 조성하는 새로운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9일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환경 보전’과 ‘쾌적한 시민 여가 공간 조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남산이 지닌 생태적 가치를 회복하는 한편 시민들의 접근 편의성을 높여 지속 가능한 남산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남산은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무질서하게 개발되고 자연경관이 잠식됐다. 이에 서울시는 남산을 제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되돌려 주고자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녹지를 훼손·잠식하고 있던 외인아파트 등 시설물 89개 동을 철거해 자연경관을 복원하고, 철거 부지에 남산 야외식물원을 조성해 생물 서식 환경을 확충했다. 남산골 공원, 한옥마을 등 역사·문화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2009년에는 남산공원에 대한 종합 정비를 위해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남산 산자락 정비, 역사문화 유산 복원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남산 제모습 찾기와 남산 르네상스 사업 모두 안타깝게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환경을 지속 보전하기 위해 2006년,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북사면의 신갈나무림(36만9529㎡)과 남사면의 소나무림(34만4572㎡)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후변화와 도시 환경의 영향으로 참나무시들음병을 비롯한 각종 병충해가 발생해 남산의 식생이 훼손되고 있다. 무분별한 샛길 이용 등으로 생물 서식 역시 영향을 받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의 핵심은 ‘보존’과 ‘이용’이라는 대립과 갈등의 구조에서 벗어나 남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데 있다.
먼저, 남산의 생태·자연 경관 회복을 위한 첫 단추로 시와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가 함께하는 공공성 기반의 협의회를 운영한다. 필자 역시 환경 전문가로서 참여하고 있는 이 협의회에서는 남산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남산 프로젝트는 생태환경 회복, 여가 공간 조성, 남산의 공공성 강화 등 3대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생태환경 회복은 서울의 생명력이자 생태 도심의 시작인 남산 생태환경 가꾸기, 여가 공간 조성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휴식하는 도심 속 여가 공간 마련, 남산의 공공성 강화는 누구나 더 가깝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열린 남산을 만드는 게 골자다. 특히, 이동 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남산에 새로운 ‘뷰 포인트’를 제공할 관광 인프라로 ‘친환경 곤돌라’ 도입을 검토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협의회에서 발굴한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도 신설할 것이다.
서울에서 남산은 도심 속 생물 서식 공간이자 문화의 중심이며, 도시민의 소중한 여가 공간이자 자산이다. 지속 가능한 남산을 위한 프로젝트와 협의회를 통해 남산을 보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또 이 결과가 서울시민에게 지속 가능한 혜택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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