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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출제위원 출신이 강의·교재 개발” 홍보 열 올리는 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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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1 19:09:50 수정 : 2023-06-21 20:06:11
윤준호·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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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현주소

유명 교사·교수 앞세워 수강생 모집
학부모 “부담돼도 월 수백만원 지출”
교육당국, 제한된 입시 자료만 공개
학원가선 킬러문항 배제 내심 반겨

‘평가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 DNA 그대로! 출제 공정은 흉내 낼 수 있어도 그 깊이는 다릅니다.’

대학입시 전문 A학원이 내건 모의고사 문제집 홍보 문구다. 대학수학능력평가 출제위원 출신 B씨가 문제 분석부터 출제·검토·검수까지 전 과정을 도맡은 문제집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수도권 한 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출신인 B씨는 수능 출제위원뿐 아니라 중·고교 교과서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한 적 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뉴시스

21일 대입 학원가에 따르면 대형 입시 학원들은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교수들을 수강생 모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출제위원을 영입하는 데 든 비용은 고스란히 교습비나 교재비로 전가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는 월 100만∼300만원가량의 고액 수강료를 감수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사교육 도움 없이 공교육만으로 대학 입학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교육 당국이 제한된 입시 자료만을 공개하는 까닭에 사교육 수요가 더 커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수능뿐 아니라 고교 입시 단계에서부터 출제위원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는 ‘출제위원이 직접 해설하는 강의’라며 과학영재학교 입학 전형 대비 강좌를 홍보하고 있다. 영재학교 전직 교장·교감과 입학시험 출제자가 직접 개념과 풀이 해설을 진행한다는 캠프는 1회 참가비가 30만원에 이르렀다.

수능 출제위원 이력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마케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시연구기관 이모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수능은 한두 명의 교수·교사가 내는 게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위원이 참여한다”며 “출제위원이라도 전체 출제 경향을 알 수는 없다”고 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출제위원 타이틀에 혹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수험생 사이에서 출제위원을 앞세운 교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울 구로구 한 고교에 재학 중인 최모(18)군은 “수능 문제를 만들어 본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니 가격이 부담되더라도 부모님이 사주신다”며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보는 교재를 돌려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도 “출제위원이라는 이력이 논란의 소지가 있어 학원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위험 부담을 무릅쓰는 건 결국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수능 출제위원 출신과 사교육계 ‘이권 카르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입 정보를 얻기 위해 사교육에 더 의존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당장 오는 9월 수능 모의평가부터 킬러문항(정답자 5% 이내의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학원가는 새로운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형 입시학원 관계자는 “기존의 초고난도 특강을 취소하고 중간 난도 문제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강의와 교재 내용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은 수능 출제당국의 ‘깜깜이 정보공개’ 기조와 맞닿아 있다. 평가원은 수능 선택과목별 유불리 가능성을 인정하고도 6·9월 모의평가나 11월 본수능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분포를 공개하지 않았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에 벗어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험생들은 자기네 수강생의 성적표를 바탕으로 표준점수를 분석해 공개하는 대형 입시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이 발표되면 원론적인 내용이 중심이 되다 보니 학부모들은 이걸 풀어서 설명해 줄 사람을 찾는다”며 “출제위원 마케팅이 과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학부모들 수요는 늘 있다”고 자신했다.


윤준호·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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