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지난 8일 양형 상향 의견서 대법에 전달
“반도체, 이차전지 등 주력사업 중심 유출 지속
초범 등 감경사유로 판단해 집행유예 남발 문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개선에 관한 의견서’를 양형위에 전달했다. 대법원 양형위가 앞으로 2년간 관련 양형기준을 어떻게 변경할지 알 수 없지만, 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양형 상향을 주장한 게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경련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상향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에 전달하게 된 것은 기업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간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우리 기업이 선도하는 업종에서 심심찮게 벌어진 기술유출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단 한 차례의 기술유출만으로도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지만 기술유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전경련은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실제 처벌은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처벌 수준이 낮은 이유로 법정형 대비 낮은 양형기준, 악용 소지가 크고 불합리한 형의 감경요소 등을 꼽았다.

전경련은 최근 5년(2018∼2022년)간 산업기술 해외 유출 건수가 93건으로, 월평균 1.6개의 기술이 해외로 빼돌려졌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87.8%가 무죄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고 했다. 93건의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 금액은 약 25조원으로 추산됐다.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공판 사건 33건을 검토한 결과 무죄(60.6%)나 집행유예(27.2%)가 대부분(87.8%)이었고, 재산형과 유기징역(실형)은 각각 2건(6.1%)에 그쳤다.
전경련은 두 가지를 지적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규정은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 다양하다. 법정형도 최대 ‘20년 이하 징역’이나 ‘20억원 이하 벌금’ 등이지만, 실제 처벌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했다. 법원이 기술유출 범죄를 판결할 때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적용하는데, 해외 유출 시 기본 징역형이 1년∼3년6개월이고, 가중 사유를 더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양형기준을 상향해 법정형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유출 범죄에 적용되는 양형기준 감경요소도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판결문 60건에 기록된 75개 감경요소(중복 포함) 중 ‘형사처벌 전력없음’(32건)과 ‘진지한 반성’(15건)이 60%를 넘었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혁신팀장은 “기술유출 범죄는 한두 기술을 불법적으로 빼내 남은 인생 잘 먹고 잘살겠다는 취지라 재범이 거의 없다”며 “초범 등을 감경사유로 판단해 집행유예가 남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 팀장은 “초격차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몇 개 분야를 제외하곤 중국에 거의 따라잡힌 상황”이라며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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