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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찬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 “기술탈취 소송,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심층기획-탈취당한 국가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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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19 20:00:00 수정 : 2023-06-19 22:42:56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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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기업’ 정형찬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

대기업 상대 민사소송서 일부 승소
징벌적 손배액 2배 인정도 이례적
해당 대기업 “대법 판단 받아봐야”

“중소기업은 역량을 올인해 기술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잘하는 부분을 대기업이 인정해 줘야 한다.”

 

기술탈취 사건으로 대기업 G사와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정형찬(사진) 에스제이이노테크 대표는 지난 1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대기업이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제이이노테크의 기술탈취 사건의 시작은 약 12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태양광 시장 1차 성장기로 평가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G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2008년부터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국산화에 성공한 뒤 해당 기술이 정부의 국책과제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이 기간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합의서에 따라 G사에 태양광 셸에 금속피막을 입히는 ‘메탈리제이션’ 공정 샘플을 공급하고 매뉴얼 첨부 도면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G사는 2015년 에스제이이노테크의 공정을 채택하지 않았고 자체 장비로 대체하며 하도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기술탈취의 부당함을 바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고소했지만 고소인 조사 한 번 없었고,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절차에서도 우리가 10페이지 자료를 내면 상대는 100페이지 자료를 제출하고, 우리가 다시 반론자료로 40~50페이지를 내면 또다시 상대방이 400~500페이지 자료를 제출해 시작도 하기 전에 물량공세로 지치게 만든다”면서 “(민사소송에서도) 공정위가 ‘공무수행 중 취득한 자료는 유출할 수 없다’고 말해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재단법인 경청 등의 도움으로 2021년 12월 G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법원은 G사 측의 기술유용 배상액을 5억원으로 인정했고, 손해배상금은 10억원으로 판단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불리는 기술탈취 사건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한 것도, 징벌적 손해배상액이 2배까지 인정된 것도 모두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G사는 “1심에서 승소했고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도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사실관계의 다툼이 있어 대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항소심에 불복해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탈취 사건은 중소기업이 이길 확률도 드물고 만약 지면 상대방 비용까지 다 물어줘야 한다. 대기업이 시간을 끌면 중소기업은 말라 죽는다”면서 “직원들은 (기술탈취를 우려해) ‘사장님 이것도 하면 뭐합니까 다 뺏길 텐데’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을 5배로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그는 “최대 5배가 아니라 최소 5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대기업은 물론 지방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지방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문제만 해결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문제, 서울·경기권의 인구 집중화 문제, 지방의 저출산 문제도 상당 부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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