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 순례 ‘하지’(Hajj) 기간을 맞아 예멘 수도 사나에서 순례객을 태운 상업용 비행기가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이륙했다. 사우디가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을 축출하기 위해 예멘 내전에 개입, 사나 국제공항이 봉쇄된지 7년 만의 일로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보여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277명의 여행객을 태운 예멘항공 비행기가 이날 오후 8시쯤 사나 공항을 떠났다고 현지 관료가 밝혔다. 이는 2015년 사우디가 주도한 후티 반군 축출 군사작전이 시작돼 2016년 8월 연합군에 의해 사나 공항이 봉쇄된 이후 처음이다. 탑승객 중 한 명인 모하마드 아스카르는 “봉쇄가 끝나고 공항이 계속 개방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매우 행복하고 안도감을 느낀다. 이 기분을 정확히 어떻게 묘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나 공항에서는 지난해 5월 유엔 중재로 일부 민간 항공기 운항이 재개됐다. 해외 치료 목적 등의 여행객을 태운 민항기가 사나와 요르단 수도 암만 사이를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일부터는 요르단행 항공편이 일주일에 6편으로 늘어났다.
현지 당국은 19, 20일 두 대의 비행기가 더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티 반군의 노동부 장관 갈렙 무틀라크는 여행을 원하는 2만4000명을 수용하려면 약 200편의 비행기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지브 알아지 후티 성지순례부 장관도 “오늘 일어난 일은 좋은 제스처”라며 “공항, 특히 사나 공항이 예멘 여행자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사우디가 역내 긴장 완화 등을 위해 이란과 관계를 정상화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예멘 등지에서 직간접적 충돌을 벌였던 사우디·이란 양국은 지난 3월 중국 중재로 7년 만에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해 지난 6일 주사우디 이란 대사관이 재개관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양국 간 상호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의 테헤란 방문은 2016년 양국 단교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라고 알자지라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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