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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러포즈 한 번에 570만원” 외신 1면에 실린 ‘초호화 허례허식’ 비판

입력 : 2023-06-17 08:30:00 수정 : 2023-06-17 01:11:27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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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값비싼 청혼 문화로 결혼 전부터 경제적 부담” 지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한국의 혼인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경제 매체가 한국에서 젊은 청년들이 거액을 들여 프러포즈하는 문화가 유행 중이라고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매체는 이 같은 문화가 경제적 부담만 될 뿐 혼인율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면 하단에 ‘결혼 전 비싼 장애물 : 4500달러(약 572만원)짜리 화려한 프러포즈’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최근 유행한다는 초호화 허례허식 문화를 다뤘다.

 

WSJ은 인구 감소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한국의 결혼 건수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가운데 이처럼 호화로운 프러포즈가 유행하며 결혼 과정에서 금전적 압박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한국에서 인구가 줄어든 데다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이들이 감소하면서 혼인 건수 자체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며 “고급 호텔에서 큰돈을 들여 프러포즈 이벤트를 해야만 한다는 트렌드는 커플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고, 혼인율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WSJ은 그러면서 한국의 한 직장인 커플 사례를 소개했다. WSJ에 따르면 오모(29)씨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준비하면서 값비싼 비용이 드는 것에 불만을 느꼈고, 이에 결혼반지는 물론 예식장 역시 수수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런 오씨조차 프러포즈만큼은 하룻밤 멋진 호텔에서 묵으며 받기를 원했고, 얼마 전 남자친구는 실제로 꽃장식과 샴페인이 포함된 하루 1200달러(약 152만9000원)짜리 패키지를 통해 청혼을 해왔다고 한다. 오씨는 남자친구가 준비한 장미꽃잎과 양초, ‘Marry Me’ 문구의 풍선, 그리고 청혼 반지가 담긴 명품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쇼핑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한 남성 회사원도 최근 여자친구에게 호텔 프러포즈를 하는 과정에서 총 570만원이 들었다고 전했다. 호텔 내부에 카메라 세 대를 설치해 프러포즈 장면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며 “솔직히 금전적으로 부담은 됐지만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밝혔다.

 

WSJ은 한국의 인스타그램에 ‘호텔 프러포즈’ 관련 게시물이 4만2000개를 넘어섰으며 꽃, 풍선, 문구와 함께 명품 주얼리나 가방이 있는 사진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호텔 프러포즈가 유행이 되며 결혼 계획 자체를 늦추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 여자친구가 ‘샤넬백’과 함께 호텔 프러포즈를 받은 친구의 사진을 보여줬다던 한 남성은 계획했던 프러포즈 일정을 올여름에서 연말로 미뤘다.

 

그는 최근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프러포즈 유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기혼자와 미혼자의 반응이 갈렸다고 밝혔다. 미혼자들은 대개 “우리 살림에 샤넬백 같은 걸 프러포즈로 살 여유가 있긴 한지, 정말 필요하기는 한 건지”에 대해 말했으며 기혼자들은 “(이러한 프러포즈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삶 동안 내내 프러포즈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니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고 한다.

 

WSJ은 유행에 발맞춰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는 한국 내 유명 호텔들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시그니엘의 경우 숙박과 함께 꽃 장식과 샴페인이 포함된 157만원의 ‘영원한 약속’ 패키지를 판매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38회의 예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WSJ은 지난 1월 모건스탠리 보고서에서 한국은 1인당 사치품 소비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며 “럭셔리한 트렌드로 인해 옛날 전통적인 방식의 청혼이 거북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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