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2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대되기는 했지만 일부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외교부는 앞으로 인신매매 대응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됐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에서 “한국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직전 보고서 평가 기간과 비교할 때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대됐다”고 언급했다. 국무부는 지난해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위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강등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일부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충분한 절차로 일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거나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 △인신매매의 결과로 발생한 불법적 행위를 이유로 일부 피해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올해부터 한국에서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 방지법)이 새로 시행된 것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보호와 예방 노력 차원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가 국제사회의 정의에 더 부합하도록 포함됐다”면서도 “형법상 인신매매의 정의가 수정되지 않아 많은 비정부기구 등은 새로운 법이 인신매매의 기소와 유죄 판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이에 대해 “정부는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며 “미국 정부도 지난 1년 간 진전이 있었음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신매매 방지법을 기반으로 정부 대응이 더 개선될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노력을 적극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2001년부터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보고서 발간 첫해(3등급)를 제외하고는 계속 1등급을 유지해오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당시 국무부는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 기소가 줄었고 외국인 인신매매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등급 하락의 원인을 설명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대만, 필리핀 등 30개 국가·지역이 1등급을 받았고 일본, 스위스, 뉴질랜드 등은 한국과 함께 2등급에 속했다. 2등급 국가 중 인신매매 피해가 증가하지만 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는 국가는 ‘2등급 워치 리스트’로 별도 분류하는데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이 2등급 워치 리스트에 들어갔다.
북한은 2003년부터 21년 연속으로 3등급으로 분류 중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며 최하위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가가 후원하는 강제 노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정부 운영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를 8만~12만명, 식당과 공장 등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규모를 2만~10만명으로 각각 추정했다.
북한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등 24개 국가가 3등급으로 분류됐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신장과 티베트 지역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 및 강제 노동,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서의 강제 노동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