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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총 들고 등교”…잇단 총격 사건에도 거꾸로 가는 미국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3-06-18 14:23:42 수정 : 2023-06-18 16: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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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소지 등교 막으려 학교들 앞다퉈 무기 탐지기 설치
1년간 주 의회 통과 법안 56%가 총기 접근확대·산업혜택
바이든 “우리 아이들이 총격범 피해 숨는 법 배워야 하나”
“총기 규제토록 헌법 개정하자”…캘리포니아 주지사 제안

미국에서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특히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를 소지한 채 등교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학교에서는 무기 탐지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속적으로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오히려 지난 1년간 총기 규제를 완화한 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광장에서 어린이들이 1년전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를 기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청소년들이 총 들고 학교에?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999∼2017년 미국 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연평균 11건이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급격하게 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사상 최다인 46건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미 전역에서 수백만 달러를 들여 무기 탐지기를 설치하고 있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1월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에서는 수업 중 6살짜리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쏜 총에 맞아 교사가 다치는 일이 있었다. 총을 쏜 학생의 어머니는 아동 방치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 이후 버지니아 내 10개 교육구가 학교 입구에 무기 탐지기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다수는 AI를 활용한다. AI 스캐너 제조 업체인 이볼브(Evolv)사에 따르면 AI 스캐너는 ‘능동 감지’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 AI가 인식하는 무기의 형태와 이를 비교한다. 한 시간에 수천 명을 탐지할 수 있으며 학생들이 주머니나 배낭 안을 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체 설명이다.

 

의심스러운 물품이 발견되면 실시간 영상 안에 주황색 상자가 그려지고, 보안 요원이 태블릿 PC로 추가 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게 된다. 이 기술은 보통 대형 스포츠 경기장이나 다른 행사장에서 사용됐으나, 학교 내 총기 사용이 급증하자 학교에도 도입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첨단 보안 장비와 시스템 구매를 포함해 학교 보안 인프라 개선 사업에 1640만달러(약 211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안 조치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탐지기가 칼과 같은 일부 금속 물체를 탐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뉴욕주 유티카 교육구에서 370만달러(약 48억원)를 들여 AI 탐지기를 도입했지만, 한 학생이 탐지기를 통과한 칼로 복도에서 다른 학생을 여러 번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주차장이나 차 안 등 학교 건물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부터는 탐지기가 학생이나 교직원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1일 기준으로 WP가 집계한 학교 총격 사건 21건 중 최소 14건이 학교 건물 밖에서 발생했다. 아메리칸 대학교 로스쿨의 앤드루 거스리 퍼거슨 교수는 “무기를 들여오고 싶은 학생은 AI가 있든 없든 무기 탐지기를 피할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감시와 함께 살라고 가르치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한 남성이 총기가 문제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거꾸로 가는 美…총기 규제 완화하는 주 의회

 

최근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 주 의회에서는 지난 1년간 총기 규제를 완화한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24일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참사 이후에 각 주 의회에서 현재까지 모두 1700건 이상의 총기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며 이 가운데 93건이 주 의회를 통과했다. 이 중 56%는 총기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거나, 총기 제조 허용 또는 제조사를 법적 책임에서 보호하는 등 총기 산업에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별로는 아칸소주가 모두 7개의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처리해 가장 많았다. 법안 내용을 보면 금융정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판매자가 신용카드 결제에 총기 구매 관련 특정 코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총기 추적을 더 어렵게 만든 경우, 주 정부 기관이 총기 산업에 반대하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었다. 총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만 처리한 17개 주 가운데 14개주는 공화당이 주 의회 및 주지사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앞서 지난해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학생 19명, 교사 2명이 사망했다. 뉴욕주 버펄로 총기난사 사건과 맞물려 발생한 이 참사로 미국 내에서는 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으며 연방 의회에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30년 만에 통과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격용 소총 및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총기 제조업체에 대한 면책 중단 등 핵심 조항은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한 총기 판매장에서 권총들이 전시되어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정부 숙원인 ‘총기 규제’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수차례 더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주문해왔다. 뉴욕주 버펄로 총기 난사 1주년인 지난달 14일(현지시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USA투데이 기고에서 “지난 1년간 미국에서 650건이 넘는 총기 난사가 있었고 4만명 이상이 총기폭력으로 사망했다”면서 “우리는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 폭력을 줄이기 위해 행정 권한으로 가능한 여러 조치를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 권한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방의회와 주의회, 주지사가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 금지, 총기의 안전한 보관, 모든 총기 구매자 신원 확인, 총기 제조사의 책임 면제 폐기 등의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 아이들이 총격범을 피하고 숨는 법을 배우거나 영화관이나 식당에서 탈출구를 찾는 나라가 되지 않아도 된다”며 “제발 무엇이든지 하자”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백악관은 작년 6월 초당적으로 처리한 총기 규제법인 ‘더 안전한 지역사회법’의 효력을 강화하기 위한 13개의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2022년 5월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시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총기 규제를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8일 총기 규제를 헌법에 명문화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뉴섬 주지사는 “미국의 총기 폭력 위기를 종식하기 위해 역사적인 28번째 수정헌법 조항을 제안한다”며 “이 수정 조항은 기존 수정헌법 2조는 그대로 놔둬 미국의 총기 소유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독립적인 유권자와 총기 소유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상식적인 총기 안전 조치를 보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가 제안한 헌법 수정 조항은 총기 구매자에 대한 보편적인 신원 조회를 비롯해 총기 구매 연령을 21세로 올리는 방안과 총기 구매에 대기 기간을 도입하는 방안, 민간인의 공격용 무기(총기 난사에 쓰이는 돌격 소총 등) 구매 금지 등을 담고 있다. 기존 헌법에 추가되는 수정헌법 28조는 이 네 가지 총기 안전 원칙을 헌법에 영구적으로 반영하게 된다고 뉴섬 주지사는 설명했다.

 

1791년 명문화된 미국의 수정헌법 2조는 ‘규율 있는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며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미국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200년 넘게 보장해 왔다. 이처럼 총기 소유권을 보장한 미국의 헌법 정신과 전통이 워낙 뿌리 깊어 그 자체를 건드리기 어려운 만큼, 부수적인 규제 내용을 담은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헌법을 손보자는 것이 뉴섬 주지사의 제안인 셈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AP연합뉴스

미국의 수정헌법은 현재 27조까지 규정돼 있으며, 마지막 조항인 27조는 1992년 비준돼 추가됐다. 미국에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상·하원 의원의 각 3분의 2 이상, 또는 33개 주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AP통신은 1992년 이후 미국 헌법이 개정된 적이 없는 만큼, 뉴섬 주지사의 이번 헌법 개정 제안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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