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북한이 3년 전 폭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그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통일부가 국유재산 손해액을 연락사무소 청사 102억5000만원, 인접 종합지원센터 344억5000만원 등 총 447억원이라고 계산하고 배상을 요구한 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북한당국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소송제기의 목적이 손해배상을 당장 받는 것보다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소송에서 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소장에서 원고를 대한민국으로,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정확히 명기한 것이다. 2007년 지어진 연락사무소 건물은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되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27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연락사무소로 문을 열었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간 핵협상이 결렬되자 대북 전단살포를 문제삼으며 2020년 6월16일 건물을 폭파시켰다.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남북간 합의 위반이다.
연락사무소는 우리 국민 세금으로 지어진 대한민국 국가자산이다. 그런데도 당시 문재인정부는 북한의 행태에 유감 성명에 그치고 국민적 손해배상 청구소송 요구를 묵살했다. ‘남북평화쇼’가 중지될까봐 북한 눈치를 본 것이다. 주권을 포기한 행태로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소송은 무도한 도발행위에 눈감지 않고 원칙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북한에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과거 국군포로 손배소 사례에서 보듯 승소 가능성은 높다. 문제는 배상을 강제할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이 북한에 송금해야 할 저작권료로 법원에 공탁된 20억원에서 일부를 추심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대학생 ‘웜비어 사건’의 경우 미 정부가 억류한 북한 선박대금 등으로 배상금이 지급됐던 것처럼 국제기구 제소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무단 가동, 금강산시설 일방 철거 등에 따른 피해액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저자세는 건강한 남북관계 정상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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