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똑같은 ‘복제 공장’을 지으려 했던 전직 삼성전자 임원 최모씨가 그제 수원지검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공범인 전 삼성전자 직원 등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삼성전자에서 18년간 일한 최씨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의 달인으로 불린 최고 권위자로, SK하이닉스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도체 기술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할 말을 잃는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최씨는 2020년 중국 청두시에서 4600억원을 투자받아 현지에 반도체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핵심인력 200여명을 고액 연봉에 영입해 이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설계도면, 클린룸 조성조건(BED), 공정배치도 등을 몰래 빼냈다고 한다. 최씨가 중국 시안에 복제 공장을 설립하려던 곳이 삼성전자 공장과 1.5㎞ 떨어졌다니 어이가 없다. 다행히 투자가 불발에 그쳤지만, 공장이 실제 가동됐다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첨단기술유출 방지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점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넉 달간의 특별단속에서 35건의 기술유출을 적발했는데 8건이 중국 등 해외 유출이었다. 국정원이 지난 5년간 적발한 반도체·이차전지 등 해외 기술유출이 93건, 피해액은 2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조사에서 전문가 84.6%는 ‘한국의 첨단기술 방지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국가경쟁력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첨단 기술과 인력 유출을 막을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데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하고, 지난해 선고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5개월 수준이다.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현실이다. 영업비밀 해외 유출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 이러니 ‘한탕주의’ 유혹에 빠지는 것 아닌가. 솜방망이 처벌이 기술유출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아도 법원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미국은 기술유출범에게 징역 33년형까지 구형하고, 대만은 기술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시켰다. 일본은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첨단 기술은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만큼 유출 사범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 대법원은 기술유출범 양형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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