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8)의 또다른 범죄 행각인 살인 모의가 재조명받았다.
10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블랙2: 영혼파괴자들’은 ‘끈질기고 집요한 영혼 파괴’를 유발하는 스토킹 범죄를 다뤘다.
이날 방송에선 2016년 한 고교에 협박 편지가 도착한 사건을 소개했다.
이 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피해자 송주희(가명)씨는 앞서 2012년 한 고교의 계약직 담임 교사로 근무할 당시 자신의 반 학생이던 가해자 강모씨를 처음 만났다.
송씨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강씨를 교사로서 보듬어줬는데, 강씨는 계속해 사적인 연락을 취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씨는 점차 도를 넘는 강씨의 행동에 서서히 거리를 뒀지만 가해자는 반 친구들의 물건을 훔치거나 괴롭히는 등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송씨는 동료 교사에게 학기 중 강씨의 반을 바꿔달라고 도움을 요청했고, 강씨는 갑자기 자퇴했다.
이후 송씨는 자신의 얼굴이 스테이플러 심이 박힌 채 자택 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섬뜩함을 느꼈다. 앞서 교실에서 단체 사진이 사라진 바 있는데, 강씨의 소행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 후 강씨는 커터 칼을 들고 송씨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위협적인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등 점점 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뿐만 아니라 강씨는 송씨의 전자우편을 해킹해 그녀의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가족의 신상정보, 혈액형, 주소, 출입국 정보 등 모든 개인정보를 갖고 있었다. 이에 송씨는 교육청에 교사 이름 공개 중단 민원을 넣거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그 후 송씨가 수차례 스토킹 신고를 한 결과 결국 강씨는 처벌받았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강씨는 소년법에 따라 1호 보호자 감호 위탁, 4호 단기 보호 관찰 처분만 받았다.
그 후 2015년 대학 진학 후 학생군사교육단(ROTC)에 지원했던 강씨는 과거 소년 보호 처분 이력 탓에 떨어지자, 송씨에게 복수하겠다며 스토킹을 재개했다.
강씨는 우연히 송씨가 다니던 병원에서 사회복무 요원으로 일하게 됐고, 그녀의 개명된 이름과 건강정보, 신상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그 후로 강씨는 송씨의 신혼집에 협박 편지를 붙여 놓는 등 범행을 이어갔고, 이로 인해 다시 실형을 살게 됐다. 다만 재판에서 ‘아스퍼거 증후군’과 ‘행위에 대한 반성’이 인정돼 1년 2개월의 옥살이만 하게 된다.
출소 이후 강씨는 부족한 군 복무 기간을 대체하기 위해 사회복무 요원으로 구청의 가정복지과에 배정됐는데, 이곳에서 송 씨의 바뀐 신상정보를 또다시 알게 된다.
강씨는 문자 메시지로 “오늘 네 딸 진료 보는 날이지?”, “네 가족 죽이는 건 합법이지?”라며 협박을 이어갔다.
스토리텔러인 양익준 감독은 “현행법상 군 대체 요원에게 복무기관을 배정할 때 전과 기록이나 이력을 살피지 않고 무작위로 배정한다”면서 이는 전과 정보를 구청에 알리는 것이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여서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씨는 대체복무 중 알게 된 공무원의 아이디로 건당 3만~5만원을 받으며 ‘개인정보 유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까워진 메신저 속의 한 남자와 강씨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송씨 딸의 살인 공모를 하게 됐다.
강씨가 건넨 400만원으로 청부 살인을 수락한 남자의 정체는 바로 ‘N번방 사건’의 주요 피의자인 조주빈이었다.
N번방 범행 당시 조주빈이 피해자들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강씨가 제공한 개인정보 덕분이었다. 다행히 조주빈이 검거되며 강씨도 함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다시 재판받게 됐지만, 그의 혐의에 ‘스토킹’은 빠져있었다.
강씨는 N번방 사건 관련 혐의까지 더해져 징역 13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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