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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의역사저널] 의병의 멘토, 남명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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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9 22:53:00 수정 : 2023-06-09 22: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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義 중시한 사상으로 국난 대처
문하서 곽재우·정인홍 등 배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기념일인 현충일(6일), 많은 순국자의 희생을 되새겨 보는 6·25 전쟁일 등 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기억되고 있다. 역사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희생한 분들이 많았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자발적으로 일어난 의병(義兵)들의 항쟁이 대표적이다. 곽재우(郭再祐·1552∼1617) 장군이 최초로 의병을 일으켰던 4월22일을 양력으로 계산하고, 호국보훈의 달의 첫날인 6월1일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2010년부터 6월1일은 ‘의병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후 2011년 제1회 의병의 날 기념식이 곽재우가 의병을 일으킨 경남 의령에서 개최되었다. ‘선조실록’에는 “유생(儒生) 곽재우는 젊어서 활쏘기와 말타기를 연습하였고 집안이 본래 부유하였는데, 변란을 들은 뒤에는 그 재산을 다 흩어 위병을 모집하니 수하에 장사(壯士)들이 상당히 많았다. 가장 먼저 군사를 일으켜 초계의 빈 성으로 들어가 병장기와 군량을 취득하였다”고 곽재우가 처음 의병을 일으킨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사재를 털어 의병을 일으킨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를 연상시킨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임진왜란 때 곽재우, 김면, 정인홍 등 의병장의 배출과 의병 항쟁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인물은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이다. 곽재우는 그의 제자이자 외손녀 사위이기도 했다. 조식은 평소에도 병법과 무(武)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곽재우에게는 직접 병법을 전수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조식은 16세기 당대에는 퇴계 이황과 더불어 영남학파의 양대 산맥으로 지칭되었던 인물이었다. 18세기의 실학자 이익은 조식과 이황을 평하면서, “이황의 학문이 바다처럼 넓다면 조식의 기질은 태산처럼 높다”고 두 사람의 기질적인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조식은 무엇보다 학문에서 수양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경(敬)과 의(義)는 그의 사상의 핵심이었다. 조식은 ‘경’을 통한 수양을 바탕으로, 외부의 모순에 대해 과감하게 실천하는 개념인 ‘의’를 신념화하였다. 경의 상징으로 성성자(惺惺子: 항상 깨어있음)라는 방울을, 의의 상징으로는 칼(경의검)을 찼으며, 칼에는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者義: 안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은 경이요 밖으로 과감히 결단하는 것은 의이다)’라고 새겨 놓았다.

방울과 칼을 찬 선비 학자의 모습은 언뜻 생각하기 힘든 캐릭터이지만, 조식은 실제 생활에서 이러한 모습을 실천해 나갔다. 조정에 잘못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상소문을 통해 과감하게 그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왜구의 침략에 대비하여 후학들에게는 강경한 대왜관을 심어 주었다. 조식의 의(義)는 상벌에 엄격한 무인의 기질에도 어울리며, 그가 차고 다녔던 칼의 이미지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정인홍, 곽재우, 김면, 조종도 등 남명 문하에서 최대의 의병장이 배출된 것도 남명의 가르침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식이 스스로에게 엄격했음은 ‘욕천(浴川)’이라는 시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난다. “그래도 티끌 먼지가 오장에 남았거든 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보내리라”라는 시구에서 보이듯 유학자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과감한 표현을 썼으며, 그만큼 자신을 다잡는 강한 의지를 표출하였다. 조식이 후학을 가르쳤던 경남 산청의 산천재(山天齋) 인근에는 2015년 ‘한국선비문화연구원’이 설립되었고, 조식의 실천 중시 사상을 현재에도 계승하는 중심 기관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의를 중시한 조식의 사상이 국난의 시기에 큰 힘을 발휘하였던 점은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문하에서는 최대의 의병장과 의병이 배출되었고, 이들의 활약은 임진왜란 초반 일본군에 패전을 거듭하면서 위기에 몰렸던 조선군이 반격을 꾀하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호국보훈의 달에 다시 소환하고 싶은 역사적 인물 조식. 그리고 스승의 뜻을 계승하여 위기의 시기 국난을 극복했던 의병들의 삶을 기억했으면 한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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