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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합천군이 사기당한 250억원 주식시장 흘러 들어갔나?

입력 : 2023-06-06 11:25:29 수정 : 2023-06-07 15:36:28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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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4성급 호텔을 짓겠다며 수백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한 시행사 실사주가 코스닥 주식시장에서 며칠 만에 수십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세력과 관련이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닥 상장사로, 전자부품 검사 장비업체인 A사는 지난 1월 2000원대이던 주가가 석 달 만에 4배 이상 급등했다.

 

이 업체는 2019년 상장 이후 4년 만에 역사적 신고가(상장 이후 최고가 기록)를 기록했는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인물인 B씨가 등장한다.

 

B씨는 합천군과 영상테마파크 내 호텔 조성사업 협약을 맺은 시행사 ‘모브(MOV)호텔앤리조트’의 실사주로, 250억원가량을 대출받은 뒤 잠적해 경찰에 고발된 인물이다.

 

B씨와 합천군, 코스닥 상장사와 어떻게 연관이 됐는지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본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전경. 합천군 제공

◆250억 먹튀 실사주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실타래

 

합천군은 2021년 9월 B씨가 실사주로 있는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와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건축면적 2877㎡ 부지에 민간자본 59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4208㎡, 7층‧객실 200개 규모의 호텔을 짓는 게 이 사업 골자다.

 

시행사가 4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통해 550억원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군은 손해배상을 떠맡는 방식으로 충당됐다.

 

그런데 B씨는 5개월 뒤인 2022년 2월 양산에 젊은 예술가의 열정과 글로벌 역량을 담아내겠다며 예술인들을 정직원으로 채용해 아트플랫폼 ‘모브(MOV·Move of Vibe)’를 설립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모브에서 대표 직책이 아닌 의장을 맡았다. 모브는 향후 연결되는 B씨의 행적과 아주 인연이 깊다.

 

그리고 7개월 뒤인 2022년 9월 ‘모브(MOV)아시아’도 설립한다.

 

모브 아시아는 모브와 말레이시아 ‘라이온(LION)’ 그룹 관계자로 알려진 팝송 ‘One Summer Night’으로 유명한 진추하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B씨는 스스로 모브 아시아의 이사라고 소개했으며, 진추하는 모브 아시아에서 회장을 맡았다.

 

이때 합천관광개발유한회사의 이름도 ‘모브(MOV)호텔앤리조트’로 바뀐다.

 

◆250억 먹튀 실사주, 주가 급등한 코스닥 상장사 공시에 등장…왜?

 

그리고 B씨의 행적은 6개월 뒤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아닌 코스닥 상장사인 A사 공시에서 확인된다.

 

지난 3월 A사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C사와 체결하는데, 이때 A사 사내이사로 B씨를 신규 선임하겠다는 안건이 결의됐지만 주총에서 부결됐다.

 

이 기간은 B씨가 실사주로 있는 시행사가 합천군에 호텔 추진과 관련해 자재비 인상 등을 이유로 기존 대출한 250억원 외에 추가로 사업비 150억원 증액을 요구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합천군은 설계비 부풀리기 의혹 등이 있다며 사업비 증액 요구를 거절했다.

 

당시 C사의 대표는 B씨의 친동생으로 알려졌으며, C사의 최대주주는 C사 지분을 55% 보유한 모브 아시아였다.

 

이후 4월13일 C사는 ‘A사 경영에 참여하겠다’며 A사 지분 34.19%(632만주)를 310억원에 인수하며 A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C사는 자기자금 없이 자사(C사) 주식 4500주(31억원)를 담보로, 모브 아시아로부터 빌린 차입금 310억원으로 지분 인수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C사는 지분 인수 다음날부터 A사 지분을 팔았고, 인수 10일 만에 A사 지분 대부분을 팔아치웠다.

 

결과적으로 C사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A사 지분을 인수해 며칠 만에 팔면서 90억~100억원가량의 차익을 올렸다.

 

이 시기 B씨는 잠적했고, C사 대표도 A사 최대주주 변경 직전 그만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익이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4월 초에는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사업과 관련해 연대보증 책임이 있는 B씨 지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사 주가는 역사적 신고가에서 곤두박질치며 현재 3000원대에 있다.

 

B씨를 안다는 한 관계자는 “B씨는 서류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절대 있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국세 10여억원이 체납된 신용불량자여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쯤 B씨가 A사를 인수한다는 이야기를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했다.

 

경남경찰청은 합천군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고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B씨가 주식 시장에서 단기간에 큰 차익을 실현한 세력과 관련이 있는 정황이 확인된 만큼 B씨가 실사주로 있던 시행사에 대출된 250억원 호텔 추진 사업비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는 게 경찰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B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사업과 코스닥 상장사 단기 차익 거래의 관계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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