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선으로 쇄신 동력 떨어져
국민 눈높이 맞는 중립 인사 발탁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어제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이재명 대표가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임명 사실을 밝힌 지 9시간여 만이다. 이 이사장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가 과거 페이스북에 남긴 ‘천안함 자폭’ 등 음모론 옹호 발언이 논란을 빚자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이번 일은 이 대표의 신중하지 못한 인선이 자초한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민주당의 쇄신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건 당연하다. 국가 정체성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가 제1야당의 혁신작업을 지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지난 2월 10일 천안함 폭침에 대해 “미국 패권 세력이 조작한 자폭 사건”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엔 “‘COVID-19’ 역시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2일엔 “대한민국은 윤가(윤석열 대통령) 집단으로 복합위기의 누란에 빠졌다”면서 “오직 유일한 길은 하루라도 빨리 윤가 무리를 권력에서 끌어내리는 일뿐인가 한다”고 적었다. 이 이사장은 2019년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가 허위사실공표 혐의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구성된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이름을 올린 친이재명계 인사이기도 하다.
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민주당 중진 홍영표 의원은 이 이사장 임명 발표 두 시간 만에 “이 이사장은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된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면서 “외려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고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도 “현충일 선물 잘 받았다”고 비꼬면서 이 대표를 향해 해촉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 등 온갖 내부 비리로 수렁에 빠진 민주당을 쇄신하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계파 문제에서 자유로운 중립적인 인사가 혁신기구를 맡아야 한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쇄신이나 혁신을 구실로 비명계를 공천에서 제외하려는 것이어선 안 된다. 이런 식으로는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이번이 당 쇄신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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