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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각장애인 10명 중 3명 “1년간 영화관람 못했다”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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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01 06:00:00 수정 : 2023-06-04 14: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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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위한 ‘가치봄 영화’ 도입했지만
3대 영화관 상영횟수 전체 0.007% 불과
영화관 관계자 “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청각장애인 10명 중 3명가량은 1년간 영화관에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장애인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장애인도 똑같이 영화를 볼 권리가 법에 보장돼 있지만 부족한 지원 탓에 문화 소외 현상은 여전하다.

서울의 한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이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영화진흥위원회의 ‘장애인 동시관람 상영시스템 시범상영관 운영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청각장애인 중 ‘지난 1년간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적 없다’는 응답이 29.2%에 달했다. 비장애인은 15.4%로 절반 수준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는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등에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가치봄 영화’(한국 영화에 화면 음성해설과 한글자막을 덧붙인 영화)인데 상영 횟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다. 영진위에 따르면 국내 3대 영화관(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이 지난해 상영한 가치봄 영화는 전체 상영 횟수(534만7227회) 중 단 419회(0.007%)에 불과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가치봄 영화가 상영된 지난 23일 청각장애인 박준수(33)씨는 “가치봄 영화로 상영하지 않아서 못 본 영화가 너무 많다”며 “농인은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해서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자주 볼 수 없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비장애인으로 가치봄 상영을 처음 접했다는 권다빈(31)씨는 “영화 초반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점점 자막과 해설이 내가 영화에서 놓칠 수 있는 걸 알려주는 느낌이 들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이런 상영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장애인 영화 관람권은) 영화업계 이해관계자와 장애인단체가 함께 논의해가야 하는 문제”라며 “극장의 힘만으로는 가치봄 상영을 늘리거나 동시상영 장비를 구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부가 관련 예산을 늘려주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봄 영화 비중을 얼마나 늘릴 것인지는 아직 법적 다툼 중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이 대형 영화관에 대해 제기한 차별 구제소송에서 2심 법원은 ‘300석 이상 좌석 수를 가진 상영관은 주말을 포함해 전체 상영횟수의 3%만큼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영화관 3사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관련 기사>

 

[심층기획-말뿐인 공용어…설 곳 없는 한국수어(手語)]

 

<상> ‘소리강요사회’ 속 외면받는 수어 교육

 

① [단독] 무늬뿐인 장애학생 통합교육, 특수학교 재학 절반은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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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청능주의의 폐해’… 농인 95%가 10살 넘어 수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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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국 특수학교 192개교 중 농학교는 14곳 불과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29509100

 

<중> 수어통역, 법만 만들고 예산은 나 몰라라

 

④ [단독] 한 달 800건 넘게 수어 통역도… 격무에 이직 빈번 농인만 속앓이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42

 

⑤ TV자막 아바타수어 번역…예산 부족에 상용화 난항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0514732

 

<하> 문화 빈곤 시달리는 수어 사용자

 

⑥ [단독] 한글 단어에 수어만 연결 ‘반쪽 사전’… “유튜브 보고 배워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7

 

⑦ [단독] 청각장애인 10명 중 3명 “1년간 영화관람 못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531516226

 

<다하지 못한 이야기>

 

⑧ 침묵과 소리의 경계… ‘소리 없이 빛나는’ 코다(CODA)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4469

 

⑨ 농인 수어통역사를 아시나요?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3505351

 

⑩ 0.0007%의 기회…장애인·비장애인 ‘같이’ 관람하는 ‘가치봄’ 영화 관람해보니 [밀착취재]

https://www.segye.com/newsView/20230604500189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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