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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설치법’이 뭐길래… 성난 전국 예술대학들 “반드시 막아야” VS 한예종 “반드시 통과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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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07:00:00 수정 : 2023-05-30 09: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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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해치는 한예종 특혜 법안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

 

“전문적·창의적 예술가 양성을 위해 ‘한예종 설치법’은 꼭 제정돼야 한다.”(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석·박사 학위 과정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한예종 설치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 법안 소위원회 논의 안건으로 채택되면서 전국 예술대학(대학원)들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문화예술법안 소위원회가 30일 한예종 설치법안을 다루기로 하자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예교련)은 관련 학회, 협회, 단체와 협력해 집단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며 법안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정·김윤덕 의원과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지난해 각각 내용이 유사한 한예종 설치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전통문화대 설치법 등 특수목적 국립대학 설치를 규정한 사례처럼 한예종에도 석·박사 학위과정의 대학원을 두도록 하자는 게 뼈대다.

 

한예종은 예술영재를 일찍 발굴해 교육하고, 해외 유학을 가지 않아도 세계 무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3년 음악원을 시작으로 개교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예술학교다. 고등교육법상 대학이 아니고 ‘각종 학교’여서 대학원 설립 및 석·박사 학위 수여가 불가능하다. 학사 학위(‘예술사’ 과정)만 인정된다. 1990년 국립예술학교 설치 계획이 공포되고 1991년 ‘한국예술종합학교설치령’을 만들 때부터 ‘실기’ 중심의 예술인 양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학위 과정을 두지 않았다. 석사 과정에 해당하는 ‘예술전문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수료해도 석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 상급 학교로 진학해 박사 과정을 밟을 때에만 석사학위에 준하는 학력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석·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대학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한예종 설치법 제정은 한예종의 숙원이 됐다. 대학이 아닌 한예종의 지위 탓에 졸업생 상당수가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해외로 유학가거나 예술전문사 과정을 마쳐도 석사 학위로 인정되지 않아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이 지난해 10월 개교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유학 갈 필요가 없는 학교가 된) 한예종은 이제 전 세계에서 유학오는 학교를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며 ‘한예종 설치법 제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한예종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고 졸업생의 취업 기회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예술대학들은 한예종 설치법을 ‘한예종 특혜법 및 예술계 독식법’으로 규정하며 발끈했다. 이들은 가뜩이나 특혜를 받고 있는 한예종에 설치법은 날개를 달아주는 격으로 본다. 실제 한예종은 예술대학과 달리 학교 운영과 관련해 교육부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문체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 자율성을 부여 받아 교육 여건이 우수하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반 예술대학에 비해 지원 예산이 엄청나 역량이 뛰어난 교수진도 압도적으로 많고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실기·현장 중심 교육에 강점이 있는 데다 학비마저 저렴하니 음악·연극·영화·무용·미술·전통예술 등 모든 예술분야 학생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로 손꼽힌다. 

 

이런 마당에 한예종이 ‘실기 위주 전문 예술인 양성 학교’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석·박사 학위 수여가 가능한 대학원 설립까지 요구하는 건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게 예술대학들의 주장이다. 이미 국내 예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한예종이 대학원까지 두게 되면 다른 예술대학의 학생 유치가 어려워지고 한예종이 예술계를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99년(15대 국회)과 2005년(17대〃)에도 한예종 설치법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된 데는 예술대학들의 격렬한 반대가 크게 작용했다. 

 

예교련은 “한예종은 자유롭게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어, 학부 과정인 예술사에서 (일반대학 학부 과정과 달리) 교양이나 전공분야 이론 교육 비중은 거의 전무하다”며 “이론 교육이 현저하게 부족한 한예종 졸업생들에게 이론 교육을 위해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겠다는 것은 ‘한예종 공화국’에서 (영재교육부터 박사까지) 원스톱으로 모든 것(예술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욕심의 발로”라고 비난했다. 한예종 졸업생이 박사학위가 필요할 경우 지금처럼 예술대학 박사 과정을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예종의 박사과정 신설은 박사과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계와 평론계 등 문화예술계 오피니언 리더 형성에 밀접한 영향을 미쳐 한예종이 문화예술계 권력을 독점·독식할 것”이라며 “이는 문화예술 생태계의 편향성과 국가주도 문화예술교육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예종이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 체제를 운영하게 될 경우에는 문체부가 아니라 교육부 소속으로 변경해 다른 예술대학과 같이 대학평가와 재정지원 등에서 형평성을 감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 예술교육계의 상생·협력과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한예종 음악원·무용원·연극원·미술원·영상원·전통예술원을 특성에 맞는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예종으로선 하나 같이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한예종은 대학원 설립 반대 논리로 학교 설립 취지를 문제삼는 것에 대해 “실기 중심 교육을 기능 교육으로 잘못 이해한 것 같다. 철학적·인문학적 접근과 타예술과의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전인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한예종의 설립취지에 더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어 예술계 독식 심화 논란과 관련해선 “실질적으로 석사 과정인 예술전문사들에게 석사 학위를 주자는 것이고, 박사는 예술전문사 입학정원(378명)의 10%(37명) 수준에 불과해 다른 예술대학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해외로 유학가는 한예종 학생들의 진학률 제고와 해외 유학생 유치로 국내 예술교육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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