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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대도시 중학교도 정원 미달… 남녀공학 전환 ‘살아남기’ [심층기획-저출산·고령화 위기의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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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06:00:00 수정 : 2023-05-29 20: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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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 위기 맞은 단성학교들

대구시 학령인구 20년간 20만명 급감
女 100명 당 男, 101.7명→96.8명 ‘뚝’
신입생 모집 난항… 경구中 2023년 전환

전남에선 영광중 등 3곳 2024년부터 개편
순천·여수도 의견수렴 거쳐 추진 박차
학교배치 불균형 해소로 장거리 통학↓
교과 다양화·성평등 인식 개선 이점도
혼성 교육 지원 정책·인프라 구축 절실

남학생 혹은 여학생만 입학했던 일선 학교 다수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고 있다. 학생수 감소와 성비 불균형이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 앞에서 단성학교들이 남녀공학을 선택지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은 물론 광역 대도시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남녀공학 추세에 맞는 교육 당국의 지원 정책이나 정부 차원의 교육 인프라 구축 마련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29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지역마다 남녀공학을 추진하는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별 학교 배치 불균형으로 장거리 통학하는 경우가 많아 남학교나 여학교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작은 학교 살리기 차원에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교육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추진 배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면 체육 수업 등에서 교육 과정을 더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고, 양성평등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 학생 간 선의의 경쟁도 가능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전남 영광군 영광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 학무모 및 지역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광읍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공청회를 갖고 있다. 전남교육청 제공

◆소멸위기 지역 남녀공학 전환 거세

남녀공학 전환은 인구소멸 지역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전남이 대표적이다. 소멸위기 지역으로 꼽히는 영광군의 영광중·영광여중·해룡중 등 3개의 단성 중학교가 내년 3월1일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 이들 중학교는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확대와 학생 적정 배치를 위한 교육 수요자 등의 개편 요구 증대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면에는 학령인구 감소 대응과 통학거리 불편 등을 해소하려는 학부모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순천시 동산여중, 이수중, 순천여중은 내년 3월 개편을 목표로 남녀공학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수에서도 여수 지역 제1학교군 단성 중학교에 대해 남녀공학 전환 관련 설문조사가 다음달 2일까지 실시를 앞두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도 최근 중학교를 중심으로 남녀공학 전환 바람이 거세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도내 단성학교를 대상으로 정책적으로 추진한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은 지난해까지 총 7개 지역 19개교에서 이뤄졌다. 2020년 삼례중이 삼례여중 폐지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고창 지역 2개교(고창중, 자유중), 2022년 3월 5개 지역 16개 학교가 잇달아 남녀공학으로 개학했다. 이로써 전북 지역 단성학교는 2018년 39개에서 19개교로 줄었다. 이는 전체 중학교(211개교)의 9%에 해당한다.

이들 학교는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의 공청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됐고, 선정된 학교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필수 교육 시설인 화장실, 탈의실 등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비를 지원했다. 2020년부터 올해 본예산까지 남녀공학 전환 학교 지원금은 교육 여건 개선 시설사업비 382억9900만원을 비롯해 인센티브 11억원 등 총 394억원에 달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으로 일부 지역의 학교별 학급수 불균형을 개선하고 평등·인성·진로 교육을 통해 양성평등적 가치가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남녀 성비 변화에도 영향

남녀공학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와 성비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구 지역 학령인구(만 6∼18세)는 2003년 43만4000명에서 점점 줄어 2009년 39만8000명을 기록하며 4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에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는 23만7000명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성비 변화도 남녀공학 전환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대구의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수)는 2003년 101.7명에서 2010년 99.6명을 찍으며 처음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는 96.8명으로 더 하락했다. 대구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의 남녀공학 비율은 2003년 42.6%(61개 중 26개)에서 올해 55.4%(74개 중 41개)로 12.8%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 중학교의 남녀공학 비율 역시 73.0%(111개 중 81개)에서 86.3%(124개 중 107개)로 13.3%포인트 확대됐다.

전남 지역 중학교도 255개교(분교 5개교 포함) 가운데 남녀공학은 208개교(81.6%), 단성학교는 47개교(18.4%)이다. 하지만 현재 존속하는 단성학교마저도 남녀공학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교육청은 내년에 전환되는 중학교를 포함해 나머지 40여개교도 조속히 남녀공학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 등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전남 지역 중학교 전체가 남녀공학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단성학교를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역지자체도 신입생 미달 사태 직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부 광역지방자치단체 특성화 고등학교들도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실정이다. 여학생만 지원할 수 있었던 인천 문학정보고는 올해부터 남학생도 신입생으로 선발하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문학정보고는 최근 2년 동안 지원자가 적어 신입생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하면서 학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경우 특목고인 부산해사고(옛 해양고)가 2014년부터 여학생 입학을 허가하면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했고, 특성화고인 금정전자고도 2021년부터 여학생 신입생을 받아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부산 사하구의 삼성중은 내년 3월 신학기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부산 사하구 지역 감천·송도·천마초 졸업생 중 여학생들은 남녀공학인 장평중으로 진학해야 하는데, 이들 초등학교에서 통학 거리가 너무 멀어 오래전부터 학부모들의 민원이 집중됐다. 이에 시 교육청이 인근 삼성중에 내년 신학기부터 여학생의 입학을 허용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구 중구 남산동에 있는 사립 중학교인 경구중은 1961년 남학교로 개교했으나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다. 대구시교육청은 통학 편의를 고려해 학생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학교 설립은 어렵지만 개발 사업에 따른 인구 유입 증가가 예상되는 구도심 지역은 학교 통학 여건 개선을 위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측과 학령인구 감소 추이와 미래 학교의 다양한 형태 등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해 자발적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무안·전주·대구·부산=김선덕·김동욱·김덕용·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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