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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도살장·드론 전투지… 기피 업무 노동자들의 삶

입력 : 2023-05-26 21:40:00 수정 : 2023-05-26 20: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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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이얼 프레스/오윤성 옮김/한겨레출판/2만5000원

 

정신건강 상담사인 해리엇은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 한 주립교도소에 고용돼 전환치료병동(정신과 치료시설)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해리엇은 교도관들이 수감자들에게 가하는 잔혹한 폭력·학대·고문 등 인권 유린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마주하지만 눈을 감거나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를 제기했다간 교도소 내에서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교묘한 보복을 당하거나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무환경마저 열악해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건강도 나빠졌다. 전환치료병동의 벽과 복도는 곰팡이와 오물 천지였고, 천장에는 물이 샜다. 직원 휴게소 주방에는 바퀴벌레가 우글거렸다.

이얼 프레스/오윤성 옮김/한겨레출판/2만5000원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자 이얼 프레스는 책 ‘더티 워크(Dirty Work)’에서 해리엇을 비롯해 교도소, 대규모 정육공장(도살장), 드론 전투기지 등 대부분 사람이 꺼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방대한 취재 내용을 덧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구성원들에게 떠맡기는, 비윤리적인 노동 현장을 고발한다. 책에 따르면 ‘더티 워크’란 사회 시스템의 정상 작동에 필수적인 노동이지만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을 의미한다.

 

미국 내 도살장과 정육공장은 노동자의 80%가 미등록 이주민이거나 흑인 등 유색인종, 저학력 노동자로 채워진다. 닭 정육공장 노동자들은 1분에 닭 65마리를 전류가 흐르는 벨트의 쇠고랑에 걸어야 하는 등 맡은 업무량이 많고 고되지만 휴식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주문량을 맞추라고 야단치는 관리자를 무서워하는 일부 여성 노동자는 작업복 안에 바지를 한 겹 더 입고 선 채로 오줌을 쌌다.”(280쪽) 결국 도살장은 인간이 동물을, 백인이 유색인을, 관리자가 노동자를, 사회 구성원이 성원권을 갖지 못한 사람을, 소비자 사회가 납품업체를, 자본주의가 인간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이 밖에 누군가를 게임하듯 살상해야 하는 드론 조종사, 바다 위 시추선 노동자 등 더티 워크의 다양한 민낯과 시사점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전한다. 저자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티 워크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람들이) 제 손으로 하지 않을 더러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면서도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이것이 더티 워크의 본질”이라고 꼬집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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