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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식물가 인상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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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6 00:12:48 수정 : 2023-05-26 0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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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외식산업진흥법은 외식을 ‘가정에서 취사를 통하여 음식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음식점 등에서 음식을 사서 이루어지는 식사 형태’로 정의하고 있는데, 외식은 단지 음식을 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많다.

기념일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의 특별한 만찬을 생각해 보자. 아마도 평소보다 많은 외식비용을 지불해야 할 텐데 여기에는 단지 음식의 재료비나 조리를 위한 비용만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 비용, 레스토랑 영업장의 임차비용과 공과금 같은 각종 유지관리비용 등이 모두 녹아들어 있다. 물론 특별한 날의 외식이 아니라 일상의 외식 소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식재료비 외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소비경제학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하는 외식업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업체 영업비용 중에는 인건비가 33.9%, 임차료·공공요금이 24.9%를 차지하는 등 서비스 비용의 비중이 높다. 이는 식재료비 이상으로 외식업체 경영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과 같은 최근의 이슈들은 곧바로 외식 가격 인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나라 외식업은 2021년 기준으로 4인 이하 종사자로 운영되는 소규모 자영업 형태가 약 90%에 달하고, 경쟁이 치열해 단순히 매출 향상만을 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객단가 10만~20만원이 훌쩍 넘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F&B나 파인 다이닝의 오픈런 등 소위 ‘가격에 구애를 받지 않는’ 외식업체들이 연일 언론에 회자되기는 하지만 이러한 음식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이처럼 음식의 가격과 관계없이 명품 브랜드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자의 비중은 외식업 전체에서 매우 미미하고, 90%의 소규모 외식업체들은 운영에 드는 각종 비용 상승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외식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눈치까지 받으며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의 좋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외식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식 가격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외식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라 할 수 있는데, 수요가 회복될 즈음에 인플레이션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비즈니스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동반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익이 많고 적음은 있을지언정 상호 득이 있어야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만큼 결국 외식업체들도 사회의 시선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영업할 수는 없으며 이를 강요할 수도 없다.

당면한 어려움이 크지만, 정부는 외식업체 경영에 부담을 주는 각종 인상 요인들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외식업체에서도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시기를 잘 극복한다면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앞으로 더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소비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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