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휴가철이 7월 말∼8월 초에 집중돼 있어 생기는 부작용은 심각하다. 전국 고속도로는 차량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피서지는 인파로 넘쳐 나고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린다. 공항도 북새통이다. 그래서 심신 재충전이 돼야 할 여름휴가가 고행의 연속이 된다. 그런데도 직장인 대다수는 7월 말~8월 초 휴가를 간다. 2018년 국토교통부가 여름 휴가철 교통 수요를 분석한 결과,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단 5일 동안에 전체 휴가객의 40.8%가 집중됐다.
휴가 집중의 부작용 해소를 위한 휴가 분산제는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00년 6월 말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국민휴가 분산실시 계획’을 보고했다. 당시 문화부는 “휴가 분산제가 실시되면 관광 불편 해소로 관광산업 및 유관산업이 활성화돼 3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2001년 7월 김한길 문화부 장관은 장관 명의로 전국 초·중·고교 학교장들에게 ‘방학 분산제'를 권고하는 서한을 띄우기도 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휴가 분산제가 꽤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2011년 6월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점검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도 학교장 재량휴업을 활용해 방학 분산제를 권유하기로 했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휴가분산제 도입 노력은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강제성이 없는 데다 상당수 기업이 ‘7말 8초’ 휴가를 고수하고 학교 방학· 학원 휴원이 8월 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7말 8초를 피해 한두 달 앞서 여름휴가를 떠나는 ‘얼리(early) 휴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덜 번잡하면서 더 알뜰하게 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이 자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 중 42%가 7~8월을 피해 5·6월이나 9·10월에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22일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우리 국민의 출국자 통계에 따르면 6월 출국자 수가 최근 5년간 연평균 12.7% 증가했다. 휴가분산제 확산 및 정착을 위해서라도 얼리 휴가족의 증가는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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