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는 어차피 비행기 안 타” 수박 겉핥기 지적도
보잉 CEO “SAF 가격, 결코 제트유 수준까지 안 내려간다”
IATA 사무총장 “항공 운송 탈탄소 비용은 소비자에 전가될 것”
프랑스에서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단거리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탈탄소를 위한 항공업계의 노력이 잇따르고 있지만 결국 비용이 문제로, 높아지는 비용은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NN 등은 23일(현지시간) 2시간30분 안에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 통과 2년 만에 시행됐다고 전했다.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장관은 이 법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필수적인 단계이자 강력한 상징”이라며 “우리가 삶의 방식을 탈탄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기차로 정기적이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되는 대도시 간에도 항공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 시행으로 인해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보르도, 낭트, 리옹을 연결하는 3개 노선의 항공편이 중단됐다. 환승 항공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앞서 2021년 5월 프랑스 하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아 발의한 ‘기후와 복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 법안이 제안됐을 때는 기차로 4시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을 경우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자고 주장했지만 항공사와 일부 지역의 반대로 2시간30분으로 축소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4시간 제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수박 겉핥기식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에어프랑스 노조 전 부회장인 기욤 슈미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누구도 이 조치에 속지 않을 것”이라며 “승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노선에서 항공기 탑승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철도로 2시간30분 이내의 거리면 제한이 없어도 승객 스스로가 굳이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운송 관련 비정부기구(NGO) 교통과환경(T&E)의 조 다르덴 항공 담당 이사는 “프랑스의 비행 금지 조치는 상징적이지만 배기가스 감축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E는 이번 금지 조치로 영향을 받은 3개 노선의 탄소 배출량은 프랑스 본토에서 이륙하는 전체 항공편 배출량의 0.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EU가 SAF 혼합 의무비율을 정하고 2025년부터 단계적 시행을 앞둔 가운데 데이비드 칼훈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SAF는 절대 제트유의 가격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항공 운송을 탈탄소하는 값싼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SAF는 석유,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자원이 아닌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항공유를 뜻한다. EU는 2025년 2%를 시작으로 SAF 혼합 의무비율을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칼훈 CEO는 최근 열린 항공 분야 경영자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항공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그는 SAF의 대량 생산은 가까운 미래에 달성될 수 있지만 SAF의 가격은 기존 제트유만큼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훈 CEO는 “그것(SAF 사용)은 더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데이터 제공업체인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미국의 SAF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갤런당 6.83달러로 마감해 제트유(2.34달러)의 3배에 달했다.
에너지 조사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로버트 캠벨 에너지전환 연구 책임자는 칼훈 CEO의 발언에 대해 “그는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부분을 큰 소리로 말한 것”이라며 “SAF로 전환하는 값싼 방법은 없다. 만약 있었다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동조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비용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열린 FT의 ‘지속가능한 항공우주 공동 포럼’에서 “넷 제로(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는 달성 가능하지만, 그 비용이 낮거나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은 더 높은 항공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고객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시 사무총장은 “항공사들의 재정이 그 비용을 흡수할 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탄소 저감으로 인한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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