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盧 말씀처럼 한·일관계 새 질서”
이재명·文 부부 등 권양숙 여사와 오찬
이해찬·정세균·한명숙·김진표 한자리
권, ‘독도 표시된 접시’ 李대표에 선물
민주 尹정부 대일 외교 비판에 힘 실어
여야 정치권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총출동했다. 여야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리며 추모했지만 각 당이 품은 속내는 달랐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 대비해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영 결집으로 연이은 악재를 타개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중도층 껴안는 與, 보수층 눈치도
여권 주요 인사들은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일제히 참석했다. 당에선 김기현 대표와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진복 정무수석이 자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내 추모의 뜻을 표했다.
보수정당 지도부의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당대표급 인사는 올해를 포함해 지난 14년 동안 총 8차례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여권이 최근 ‘국민 통합’ 행보에 부쩍 공을 들이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윤 대통령과 여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내년 총선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권은 이날 보수층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는 추도식 참석 전 경남 거제의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당의 뿌리를 이뤄온 김 전 대통령 뜻을 다시 새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추도사에서 “(노 전) 대통령님 말씀처럼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 불을 지피며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며 윤석열정부의 대일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한 총리가 추도사를 낭독하는 동안 객석에서 “내려와”, “때려치워라” 등 고성이 터지며 장내는 혼란스러워졌다. 한 총리는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野, 지지층 결집 노려…尹정부엔 날 세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들은 이날 추도식에 앞서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 외에도 이해찬·정세균·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회의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돈봉투·김남국 코인 의혹 등 악재가 잇따른 가운데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지지층 결집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무궁화에 한반도 지도 및 독도를 표현해 놓은 도자기 접시와 ‘일본 군부의 독도 침탈사’·‘진보의 미래’ 등 책 두 권을 선물했다고 한민수 대변인이 전했다. 도자기 접시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4월 독도 문제에 관한 대국민 특별담화 발표 이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각국 정상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 대변인은 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특별담화는 독도에 대한 영토 주권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정면 대응으로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군부의 독도 침탈사’는 노 전 대통령이 특별담화 내용을 구상하면서 참고했던 책으로, 참모들에게 나눠 주면서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고 한 대변인은 전했다. 최근 야권에서 윤석열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주의가 다시 퇴행하고 노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역사의 진보도 잠시 멈추었거나 과거로 일시 후퇴한 것 같다”며 윤석열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노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위해 깨어 있는 시민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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