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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정준칙 뒷전 巨野에 경종 울린 그리스 총선 우파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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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4 00:42:00 수정 : 2023-05-24 00: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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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거뒀다. 시리자는 최저임금 14% 인상, 근로시간 단축, 연금 수령액 7.5% 인상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을 내세웠지만,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포퓰리스트 치프라스가 재집권했다가는 경제위기를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다 준다’던 그리스 좌파 정권은 무상 의료 제공과 퇴직 전 임금의 80% 연금 지급 등 퍼주기로 나라 곳간을 거덜 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만난 그리스는 2010년 2887억유로(약 410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간신히 국가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위기 속에 2015년 집권한 치프라스는 구조조정과 긴축을 거부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더 가혹한 구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반면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퍼주기식 복지 대수술에 나서 무상의료 폐기, 연금소득 대체율 개편 등을 추진했다. 최저임금도 깎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덕에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를 ‘유럽의 기대주’로 탈바꿈시켰다.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심은 나랏빚이 1000조원을 돌파한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거대 야당은 연간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31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재정준칙의 최대 걸림돌은 더불어민주당이 재정준칙과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사경법)이다. 사경법은 연간 정부 공공조달액의 최대 10%(약 7조원)를 운동권 출신이 장악한 사회적 기업과 생활협동조합 등 3만5000여곳에서 의무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경법은 사회적 약자·소수자 지원을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야권 지지 단체의 경제적 토대를 확고히 하려는 데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고정 표밭’을 다지려는 목적이다.

재정준칙은 나랏빚 폭증을 막아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인데, 사경법이 통과되면 정부 보조금 청구가 남발될 수 있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는 꼴이 된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우호 세력 지원을 위해 재정 건전화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리스 총선 결과는 IMF 구제금융의 고통을 경험한 우리에게 또 한 번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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