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 첫 게재된 뒤 급속 확산
S&P500지수 한때 0.3%가량 하락
美 국채·금값은 잠시 상승 해프닝
당국, 2시간 지나 늑장 대응 빈축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이미지로 생성된 국방부 청사(펜타곤) 폭발 사진이 나돌아 주가가 휘청대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연기가 치솟는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 사진에는 펜타곤과 비슷하게 생긴 건물 주위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은 트위터에서 유료 인증을 받은 계정인 ‘@CBKNews121’에 처음 게재된 뒤 급속히 퍼져 나갔다. 러시아 관영 해외 선전 매체 러시아투데이(RT)는 “펜타곤 근처에 폭발 보도가 있다”고 이를 인용해 트윗했으며, 팔로워 65만명을 보유한 한 경제뉴스 계정까지 사진을 퍼 날랐다. 블룸버그통신과 전혀 무관한 ‘블룸버그 피드’ 등 여러 가짜뉴스 계정도 사진 확산에 동참했다.
이런 사태는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 이날 미 S&P500지수가 최대 0.3%가량 하락했다가 회복했다. 비슷한 시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의 가격은 주가와 반대로 잠시 상승했다.
미 당국은 사진 유포된 지 2시간 후부터 대응에 나서 빈축을 샀다. 펜타곤 주변을 관할하는 알링턴 소방서는 “펜타곤이나 그 근처에서 폭발이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고, 대중에게 즉각적인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 역시 블룸버그에 “국방부는 공격받지 않았다”고 전했지만 이미 사실 확인이 끝난 뒤였다.
전문가들은 해당 사진에 대해 “자세히 보면 AI가 만든 티가 난다”면서도 점점 섬세해지는 AI 사진들이 인터넷에 나도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하니 파리드 교수는 AP에 “건물, 울타리와 주변 영역의 불일치는 일반적으로 AI 생성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결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잔디와 콘크리트가 서로 희미해지고 울타리가 불규칙하며, 보도 앞으로 튀어나왔지만 울타리의 일부이기도 한 이상한 검은 장대가 있다”며 “건물의 창문들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펜타곤의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애틀의 워싱턴대학교 ‘AI 시스템과 경험에 대한 책임 센터’ 공동 책임자인 쉬락 샤 교수는 “가짜를 발견하는 게 (이번처럼) 항상 명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탐지 도구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가짜 여부 판독을) 의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은 “점점 섬세해지고 접근하기 편한 프로그램이 일상에 가할 수 있는 혼란이 이번 사태에서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AI로 생성된 이미지가 혼란을 가져온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성 추문 사건과 관련해 체포 가능성이 제기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도망치다가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의 AI 가짜 사진이 유포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품 브랜드로 보이는 하얀 패딩을 입은 허위 이미지가 전파되며 논란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 체포와 이번 펜타곤 폭발 사진의 경우 관련 속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와 진위가 쉽게 가려질 수 있어 파급력이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교황의 패딩 이미지는 사회적 위험성이 낮은 탓에 오히려 더 많은 대중이 사실이라고 믿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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