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AI 활용 신약 개발로 새 시대 열 것”

입력 : 2023-05-22 21:39:10 수정 : 2023-05-23 10:02:0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韓, 세계 의약품 시장 1.5% 불과
‘K-멜로디’ 추진 협력 플랫폼 구축
제약사 연구·정부 전폭 지원 땐
의약·바이오 산업 대도약 할 것”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15년이 걸리죠. 인공지능(AI)을 이용하면 그 시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K-멜로디’ 프로젝트에 꼭 예산이 편성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퀀텀점프(대도약)를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협회 사무실에서 ‘K-멜로디’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22일 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5조원으로 세계 시장(1686조원)의 1.5%에 불과하다. 순위로 따지면 13위다. 5년내 6대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이상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노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출발점이 늦었다고는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와 국내 기업 간 큰 차이가 없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K-멜로디는 협회가 정부와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2020년 6월 유럽 제약사들의 프로젝트 ‘멜로디’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등 10개 제약사와 유럽 주요 대학들이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3년여간 협력했다. 이 모델을 따온 K-멜로디는 여러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AI 신약 개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노 회장은 “플랫폼이 마련되면 신약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허가된 국산 신약은 36개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5%씩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백신 생산 기지로 주목받았고,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국이 됐다.

한계도 명확하다. 내수 시장 규모가 작고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에 기대 왔다는 점이다. 노 회장은 100여년의 역사에도 한국이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개량신약(신약을 기반으로 제형을 변경하거나 약효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량한 약) 인정 제도를 도입한 게 불과 2008년”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며 “늦었지만 AI의 도움을 받고 정부가 밀어준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 회장은 제네릭에 강점이 있는 국내 산업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호주는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다 수입해서 쓰고 동남아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가진 제네릭 영역의 장점을 인정하고 신약은 신약대로, 제네릭은 제네릭대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산업군에서 2021년 연구개발(R&D) 비용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노 회장은 이를 인용하며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 바탕도 강하고 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R&D 절대액으로는 빅파마를 좇아갈 재간이 없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매출 1위 제약사인 화이자의 지난해 R&D 비용은 123억8000만달러로 약 16조5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 1위 제약·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R&D 비용은 2682억원이다.

 

노 회장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정책인 ‘초고속작전’을 예로 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모더나에 4조원가량을 지원했고 그 결과 1년 만에 백신 개발이 완료됐다. 그는 “우리도 기존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실패해도 좋다’는 자세로 담대하게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료의약품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협회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14년 31.8%, 2018년 26.4%, 2021년 24.4%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최근 ‘바이오 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 기조를 명확히 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5년 내 미국산 원료의약품을 25%로 늘린다고 발표한 상태다.

노 회장은 “코로나19 때 경험했듯 해열제 등 원료 의약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 불편으로 이어진다”며 “원료의약품 국내 생산에 대한 명확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데 정부가 노력하길 바라고, 협회도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설치도 시급하다. 업계는 정부 부처의 제약·바이오 지원 사업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규제정책부서(복지부·식약처)와 산업정책부서(복지부·산업부)를 조정하는 기구가 없고, 기초연구(과기부), 임상연구(복지부), 제품화(산업부) 지원 사업이 연계성 없이 분절적으로 기능해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 상황은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더 높였다. 

 

노 회장은 2월 정부가 총리실 직속으로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를 두겠다고 한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신속하게 설치돼야 한다는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혁신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자체로 정부가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핵심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