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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의사람연구] 여성폭력 방지대책의 효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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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2 23:41:52 수정 : 2023-05-22 23: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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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긴급조치명령 증가에
여성 살인 피해자들 감소 추세
디지털성착취 범죄 등 날로 기승
익명 신고창·수사방식 진화해야

범죄에 있어서는 인명 피해보다 더 큰 손실은 없다. 따라서 모든 국가에서는 살인 발생률을 사법정책의 성과 지표로 사용한다. 특히 전 세계 범죄통계를 수집하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서는 각국 살인 기수 통계를 살인에 대한 공식적인 산술지표로 사용한다. 국내법의 경우에는 미수범죄도 살인죄 통계에 포함하지만 유엔에서는 기수범죄 통계만을 수집한다.

일반적으로 살인 피해자 성별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다. 남성이 강력범죄에 가담해 흉기로 인해 중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약자의 신변보호에 집중하는 선진국일수록 살인피해자 중 여성이나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성인 남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우리나라 10년간 살인 기수범죄 피해자 성별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까지는 여성이 남성보다 살인으로 인한 기수범죄 피해자가 꾸준히 더 많다. 이러한 동향은 선진국 살인범죄 피해자 성별 양상과는 반대 형태다. 그러던 것이 2019년부터는 여성 살인 기수 피해자가 남성 피해자보다 더 많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런 통계추이의 지속성이 확고히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우 고무적인 시작인데, 이렇게 된 연유에는 여성 안전을 위해 힘써온 정부 정책방향이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가정폭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긴급임시조치 명령이 급격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에서는 가정폭력 사건 조사 시 재범위험성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그에 따라 현장 실무자들이 의무 개입을 하도록 사건처리 지침을 바꾸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협조해 가정폭력 피해여성에 대한 분리조치 기조를 강화한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성 살인 피해자의 경우 대략 95%가 조직범죄 살인 사건에 가담해 사망하지만 여성 살인 피해자 경우에는 64%가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다는 보고가 있다(UNODC, 2019). 그러다 보니 전·현 배우자에게 살해될 만한 가정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강제권을 발동해 폭력을 중단시키면 여성 파트너가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스토킹처벌법도 도입이 되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연인 관계에서도 응급조치 등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며, 피해자 신변안전이 현저히 도모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렇게 되면 살인으로 목숨을 잃는 여성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다. 현재 법무부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재범위험성을 통해 사법기관이 일정 수위 이상의 위험사건에 대해서는 강력히 개입하기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여성가족부에서는 성폭력·스토킹 등 복합적이고도 고난도인 피해 사례 등을 발굴해 사례관리를 하기로 하였다. 한때는 연인이었을 수도 있는 스토킹 피해자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가해자들로부터 보호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위해 새로이 출발하는 여성가족부 ‘통합솔루션 지원단’은 피해자 긴급임시숙소 인도뿐 아니라 임대주택 제공, 나아가 신변안전까지도 도모해 주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참 다행한 일이다.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서 결국 피해자를 자살에 이르게 만드는 범죄도 있다. 바로 디지털 성착취 범죄이다. 불법촬영물 삭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를 위해 여러 정부 부처는 민관협력으로 인공지능과 영상 DNA 검색기술을 이용해 삭제지원을 강화했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 본인 신고와 고소가 없더라도 영상물을 삭제한다고 하니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다. 최근 여학생이 자살 장면을 스스로 영상으로 남기고는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대 자살자는 우울갤러리 게시판에서 재차 조롱을 당하던 범죄 피해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일차적으로 입은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채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던 중 결국은 이런 취약한 아동청소년을 먹잇감으로 삼으려던 포식자들에게 또다시 괴롭힘을 당하고는 간접살인당하였다. 오픈 채팅방에서는 유작이 되어버린 자살영상을 판매한다는 메시지들이 오간다고 알려져 경찰이 작성자를 찾고 있다.

온라인범죄는 정말 총알 같은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웹하드에서 텔레그램으로, 트위터와 카카오 등 오픈채팅방으로, 새로운 온라인 대화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플랫폼을 옮겨 다니고 있다. 그러나 수사 방식은 전통적이고도 관행적이다. 이런 식으로는 첨단기술을 동원한 온라인 범죄자들을 찾아낼 수조차 없다. 수사기관은 ‘한국형 위장수사 제도’를 좀 더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이제는 마약으로까지 옮겨 붙은 다크웹에서의 불법행위를 모두 잡아내기는 역부족이다.

로그인이 필요 없는 온라인 신고 창이 필요하다. 누구나 웹서핑을 하다가 발견하게 되는 이상한 정보를 마치 경찰이 사이버수사를 하듯 쉽게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어쩌면 컴퓨터 자판의 특정키만 눌러도 화면과 주소가 모두 경찰로 전달되는 자동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일 추후 신고정보가 범죄사건으로 입건되면 포상금을 지급해도 좋을 것이다. 모든 시민이 감시자가 될 수만 있다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첨단범죄를 주춤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국민들도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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