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편견의 물살 가르고 ‘검은 인어’ 세상 밖으로 [엄형준의 씬세계]

관련이슈 엄형준의 씬세계

입력 : 2023-05-23 07:00:00 수정 : 2023-06-16 14:25:29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흑인 주연 ‘인어공주’ 24일 개봉

아직은 낯선 ‘흑인 인어’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 실사화 화제
주인공 인어공주 역할에 할리 베일리
캐스팅부터 유색인종 논란 등 ‘잡음’
“원작 파괴·과도한 PC주의” 비판도

직접 시사회 가보니
촘촘한 짜임새·기술력 등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로서의 음악도 ‘합격점’
인물 다인종·다양한 성장환경 등장
시대 감성 반영 ‘차별 금지’ 메시지

디즈니의 ‘흑인 인어’가 세상의 고정된 가치관을 바꾸고픈 욕망을 드러냈다. 1989년 개봉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판이 24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판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인어공주 실사판은 영화의 주인공인 에리얼 역을 흑인인 핼리 베일리가 맡아 논란이 작지 않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인어공주는 미녀와 야수, 알라딘 등과 함께 ‘디즈니 르네상스’로 일컬어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연 작품이다. 그렇기에 당시 애니메이션을 봤던 이들은 지금의 중년, 부모 세대에겐 향수를 일으키고, 20대 이하에겐 전혀 새로운 동화의 세계다.

 

르네상스를 연 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매번 화제가 됐다. 흥행 여부와 함께 배우의 캐스팅이나 원작과의 비교,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논란이 이들 작품에 덧붙여졌다.

 

2017년 실사 판으로 개봉된 ‘미녀와 야수’는 벨 역을 엠마 왓슨이 맡으며 화제를 모았고, 관객을 사로잡는 화려함으로 사랑받았다. 이 작품은 세계에서 12억63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2017년 개봉 당시 역대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10위에 랭크됐다. 한국에선 515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원작의 훼손이라는 평가와 개스톤의 친구인 르푸가 동성애자로 등장하며 논쟁을 일으켰고, 관련 장면의 삭제를 요구하는 나라도 있었다.

 

2019년 개봉된 실사판 알라딘은 중동을 무대로 한 만큼 아시아계를 백인으로 대체하는 ‘화이트 워싱’이 우려됐으나 알라딘 역에 이집트 출신의 미나 마수드, 자스민 공주 역에 나오미 스콧이 캐스팅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보다는 예고편 등을 본 관객들의 재미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이런 우려에도 알라딘은 2019년 개봉 뒤 10억54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익은 ‘미녀와 야수’에 못 미쳤지만, 오히려 한국에서는 1272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한국 극장이 전성기였다고는 하나 기생충, 토이스토리4 등과 경쟁하며 낸 디즈니 역대 최고 한국 흥행이라는 대단한 성적을 냈다.

인어공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인어공주, 즉 에리얼 역을 흑인인 할리 베일리가 맡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안데르센의 원작동화나 애니메이션 판에서 백인이었던 에리얼이 흑인으로 바뀐 건 원작 파괴이자 동심파괴이며 과도한 PC주의라는 비판이 가해졌다. 동화를 동화로 봐야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예쁜 백인 공주의 캐릭터를 굳이 레게머리 흑인으로 바꾸고, 상대역인 왕자는 백인으로 하는 건 억지이며, PC에 대한 강요라는 비난이 할리 베일리의 배역 선정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선 한국판 에리얼 더빙을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다니엘이 맡으며, 그의 연기력과 가창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졌다.

 

이제 이런 비판과 논란은 관객의 평가를 앞두고 있다. 영화가 이런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개봉에 앞서 시사회를 통해 접한 이 영화는 비판을 불식시킬 만큼 짜임새 있고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영화의 절반인 바닷속을 어떻게 실사로 생동감 있게 표현할지가 중요한데, 롭 마샬 감독은 바다 생물을 과장되지 않게 그러나 어색하지 않게 담아냈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식물은 눈이 없고, 동물의 눈이나 입이 크지도 않다. 단 하나, 붉은게이자 집사인 세바스찬의 눈이 실제 게보다 크긴 하지만,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뮤지컬 영화인 만큼 노래 실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바다 마녀인 울슐라(멜리사 매카시)가 부르는 ‘Poor Unfortunate Soul’은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 매카시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에서도 이 영화를 빛내는 주연급 조연이다. 할리 베일리가 부르는 이 영화의 대표곡인 ‘저곳으로’(Part of Your World)도 영화에 잘 녹여냈다. 세바스찬(다비드 딕스)이 부르는 ‘Under the Sea’에선 바닷속 화려함의 절정을 보게 되고, ‘Kiss the Girl’의 잔잔한 분위기를 살려냈지만, 걸걸하고 무게감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원작의 사무엘 E. 라이트를 대체하진 못한다. 대신 감독은 원작에 없었던 딕스가 부르는 랩 곡을 더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흑인 배우를 쓴 이유에 대해 납득이 간다. 에리얼뿐만 아니라 바다의 제왕인 ‘트라이톤’의 딸들은 동양인, 백인 등 다인종이고, 왕자는 흑인 여왕에게 입양됐다. 인어가 사람이 되듯 영화는 인종이나 입양 등 생물학적 배경이나 자라온 환경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에서 오히려 거슬리는 건 할리 베일리가 인종이 아니라 주연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내뿜지 못한다는 점과 아이들이 보기엔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채라는 데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