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 풀린 반려견이 산책로 또는 풀숲에 뛰어다녀도 주인은 구경만

“풀 숲에서 싸고 그냥 가. 안 보인다고 생각하는 거지. 똥 싸면 주인이 치워야지. 치우기 싫으면 키우지 말던가. 개똥 밟으면 누가 기분 좋냐고!”
지난 22일 오전 7시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만난 한 인근 주민이 배설물을 가르키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외 운동기구와 벤치 등이 마련된 도시공원이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어김없이 이날도 목줄 풀린 반려견은 산책로를 뛰어다니며 주변 사람을 볼 때마다 짖기 바빴다. 행인 대부분은 개를 바라보면서 혹시나 발로 칠까 조심스럽게 옆으로 지나고 있었다. 반려견 주인은 확인만 할 뿐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다.

효창공원을 걷다 보면 이처럼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활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수거하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도 적지 않다. 공원에 ‘공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을 착용시키고 배설물을 수거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는 듯했다.
‘반려인 1000만 시대’인 만큼 공원이나 주택가 등 어느 곳을 다녀도 반려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페티켓’은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반려견 배설물은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아 당국의 단속에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배설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그대로 둔 채 떠나는 일부 얌체 반려인 탓에 멀쩡한 애견인들도 덩달아 비난받고 있다.

효창공원 후문 벤치에 앉아 있던 한 주민은 “반려견 주인 표정만 봐도 개똥 치우기 귀찮다고 딱 드러나요”라며 “눈 마주 칠까봐 일부로 시선도 피한다니깐”이라고 전했다.
밟힌 배설물 흔적도 여기저기 눈에 띄였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밟고 지나다닌 흔적이다.
크기가 다른 배설물도 눈에 띄었다. 어린아이들 주먹보다 조금 작고, 검은색을 띠는 배설물 중에는 오래돼 바싹 마른 것도 있었다. 1~2일 돼 보이는 것도 곳곳에서 보였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22대 왕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 무덤이 있던 곳으로 일제 강점기 때 공원으로 바뀌었다. 광복 이듬해 백범 김구가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고 당신뿐만 아니라 이동녕·조성환·차이석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인 4인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또 윤봉길·이봉창·백정기 등 3의사(義士)의 묘소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모시기 위한 ‘가묘’(假墓)도 있다.
효창공원에 안장된 독립운동가의 생전 업적과 정신을 기려 국립공원으로 격상시켜 국가가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9일 반려견 동반 나들이 증가 시기를 맞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강화된 ‘펫티켓’ 및 반려인 준수 사항에 대해 집중 홍보와 지도·점검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려인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준수 사항은 ‘동물등록’이고, 다음으로 ‘목줄 착용, 인식표 부착, 배설물 수거’로 안내했다.

펫티켓을 준수하지 않으면 적발 시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효창공원에 생활 쓰레기를 버리도 마찬가지다. 공원 쓰레기통에는 일부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생활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이달부터 반려견 출입이 많은 도시공원과 한강공원, 산책로 등에서 ‘동물보호 지도·점검’을 추진한다. 시와 자치구 민·관 합동 점검반을 편성해 동물등록제, 반려견주 준수 사항, 동물 학대 여부를 단속하고, 동물 관련 업소 정기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서울시는 앞으로도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하여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공존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홍보와 지도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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