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용량 감소 등 3가지 나눠 추정
정권 말기 2022년만 9조6000억 달해
한전 적자 규모 10조원 상승 지적
전력 단가 증가 등 반영 땐 더 증가
문재인정부에서 5년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생긴 비용이 2030년까지 47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원전 생태계 부실화로 인한 비용 증가 등 외부효과는 제외한 것으로,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센터 측은 경고했다.
센터는 21일 문재인정부 5년간(2017∼2022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비용이 22조9000억원, 올해부터 2030년까지 예상되는 비용이 2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연구를 진행한 노동석 센터 연구위원은 “그간 국회 입법조사처, 개별 교수 등이 문재인정부 임기 내 탈원전에 따른 비용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2030년까지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한 달 만인 2017년 6월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가지며 탈원전을 공식화했다. 탈원전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에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하고 모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 폐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 20% 달성,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전면 중단 등도 추진됐다.
센터는 탈원전 비용을 △원전 용량 감소에 의한 발생 비용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목표치 대비 이용률 저하로 인한 비용 △계속운전 절차의 지연에 따른 원전의 운영 기간 감소 비용 등 세 가지 요인으로 구분해 추정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 비용은 박근혜정부 당시 발표된 제7차 전기본(2015∼2029년)과의 비교를 통해 추계했다. 탈원전 선언의 영향을 받지 않은 7차 전기본상의 원전 발전량 계획과 문재인정부 임기 내 실제 원전이 거래된 실적을 비교해, 탈원전으로 원전 용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파악했다. 이어 경제급전(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을 이용한 전기부터 공급)의 원칙에 따라 줄어든 원전 용량을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했다.
센터는 문재인정부 임기 동안 감소한 원전 용량을 25.9GW(기가와트)로 추정했다. 1기가와트는 약 36만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원전 용량 감소분이 가장 큰 해는 문재인정권 말기인 지난해(6.3GW)로, 당해 비용만 9조6000억원에 달했다. 센터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전력이 역대 최대 규모 적자(32조원)를 낸 것 또한 주요 원인이 탈원전”이라며 “탈원전이 없었다면 적자가 10조원은 감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2030년의 탈원전 비용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제10차 전기본과 7차 전기본을 대조해 비용을 산출했다. 탈원전 정책인 △신고리 5·6호기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지연 △천지 1·2호기 및 신규 원전 1∼2기 건설 취소 △월성 1호기 폐지 등의 효과를 비용으로 환산한 것이다.
그 결과 원전 용량 감소로 인한 비용은 19조2000억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인한 비용은 5조3000억원에 달했다.

센터는 이번 연구의 한계점으로 △원전 용량 감소분을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한 점 △2023∼2030년 구간의 정산 단가를 문재인정부 임기 내 평균 정산 단가로 적용한 점 등을 꼽았다. 원전 감소로 인한 재생에너지 대체 비용, 전력 단가 증가 등을 반영하면 비용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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