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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교사 업무 아냐”…‘늘봄학교전담교사’ 만든다는 정부에 교사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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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0 09:00:00 수정 : 2023-05-19 15: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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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초등학교 돌봄정책을 강화하면서 교사 중 이를 전담하는 ‘늘봄학교 전담교사’를 만들겠다고 밝히자 교원단체 사이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전담교사제를 도입하면 교사 정원도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교원단체는 “돌봄은 교사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돌봄 업무는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논평을 통해 “돌봄이 교육의 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늘봄교사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교육부는 ‘늘봄학교’ 정책을 담당할 교사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방과후 수업을 확대한 정책으로, 교육부는 2025년에 전국 모든 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5개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쉽게 말하면 아침돌봄과 저녁돌봄 등 정규수업 전후 돌봄을 늘리고,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부터는 ‘원하는 누구나’ 학교에서 돌봐준다는 목표다.

 

교사들은 늘봄학교 확대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담이다. 현재 돌봄교실은 돌봄전담사들이 맡고 있지만, 관련 행정업무는 대부분 현장 교사가 처리하고 있다. 교사 입장에선 돌봄정책이 강화되면 수업 외 업무가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교육부는 전담교사제를 들고나왔다. 진로·진학상담교사처럼 늘봄 담당교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교사 정원도 줄어들고 있는데, 늘봄학교 전담교사를 도입하면 이런 교사 수급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전담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교사가 전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사노조는 “늘봄학교 시행 과정에서 교사에게 업무가 부과돼 초등교육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담 인력 채용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이는 늘봄학교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돼 운영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학교로 늘봄학교가 들어온다면 교사에게 업무가 부과돼 초등교육이 훼손되는 것은 불문가지“라고 밝혔다. 이들은 “늘봄학교 업무가 대다수 행정업무에 기반하고 있고, 교육이 아닌 보육 영역이라 초등교사가 담당할 일이 아니다”라며 “교원 정원과 연계되지 않는 별도의 전담 인력을 확보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원단체 입장을 충분히 경청하겠다고 했으나 늘봄학교 관련 교원단체와의 협의는 2월20일 이후 중단된 상황”이라며 “조속히 협의체를 구성하고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수정·보완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늘봄학교를 학교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 주체 분리와 인력 지원, 공간 분리에 대한 방안 없이 학교에 늘봄학교 전담교사제를 도입해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학교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원 감축을 강행하더니 엉뚱한 정원을 추가하겠다는 발상”이라며 “돌봄은 국가책임 하에 예산을 확충하고 돌봄교실 운영을 지자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부는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업무 과포화 상태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돌봄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누려야 할 시민적 권리로서 부처 간의 협력을 끌어내 지자체와 연계협력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여건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초등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방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늘봄학교 시범학교를 추가하기로 하는 등 돌봄 강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어 현장 반발에도 돌봄교실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초 기준 1만5000여명이었던 돌봄교실 대기인원은 4월 말 8700명 수준으로 줄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돌봄 대기 인원을 ‘0’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전담교사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이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있는 정모(40)씨는 “학교보다 오히려 학원이 더 관리가 잘된다고 생각해서 학교 돌봄교실, 방과후 수업보다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도 있는데 학교에서 전담 선생님까지 둔다면 학교 돌봄에 더 신뢰가 갈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늘봄학교 전담교사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교육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재 교육부가 말하는 늘봄학교 전담교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되는지, 어떤 모습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교사들 입장에서는 교육을 위해 수년간 공부하며 준비했는데 그냥 행정업무만 떠넘기는 직원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란 생각에 불안해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교사들도 ‘돌봄과 교육은 다르다’고만 주장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교육과 돌봄을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고 현재 학령인구가 줄고 있어 교사들이 전통적인 교사의 역할만 주장해서도 안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규 수업은 물론 수업 전후 이어지는 돌봄과 방과후 수업도 한명의 아이를 키우는 전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이란 생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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