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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공개 ‘뜨거운 감자’… “학교 서열화” 우려 높아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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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2 06:00:00 수정 : 2023-05-22 07:47:32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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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12%·고2 14% 수학 기초학력 미달
코로나 장기화로 학습 결손 학생 늘어
시의회 “알 권리·맞춤형 교육” 앞세워
진단결과 공개 초·중·고에 지원금 추진

사교육·부정행위 유발 등 부작용 불 보듯
조희연 교육감, 대법에 제소 일단 ‘제동’

서울시의회가 지난 15일 김현기 의장 직권으로 공포한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가 교육계 핫이슈입니다. 특히 ‘기초학력 진단검사 현황 및 결과 공개’(제7조)와 ‘포상’(제13조) 조항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들 조항은 각각 서울지역 초·중·고교 학교장이 진단검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고, 시교육감은 진단검사 시행 현황(지역·학교별 결과 포함)을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교육감은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한 학교에 지원금 등 포상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조례안은 시의회 전체 112석 중 76석(68%)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서울교육 학력향상 특별위원회’가 지난 2월14일 발의했습니다. 이들은 발의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습 결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했다”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기초학력 보장 지원의 체계화와 내실화를 유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중3의 경우 국어 4.1%, 수학 11.8%, 영어 3.3%였고 고2는 국어 4.0%, 수학 9.0%, 영어 3.6%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2년 차인 2021년에는 0.2%포인트 줄어든 중3 수학을 제외하고 2년 전보다 적게는 1.9%포인트(중3 국어)에서 많게는 6.2%포인트(고2 영어)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고2 학생 7명 중 1명은 수학 교과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다는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학교·지역별 점수 공개로 완화될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지난해 7월 해외교육동향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8개국(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핀란드·덴마크·일본·싱가포르) 가운데 평가 결과를 해당 학생만이 아닌 일반대중에 공개하는 나라는 영국뿐이었습니다.

 

교육계에서는 진단검사 점수 공개에 따른 효과는 적은 반면 학교·학생 서열화, 점수 경쟁에 따른 사교육 유발 등 부작용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일례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중3, 고2 학생에 대한 전수 평가(일제고사)를 실시해 시·도별,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물론 ‘학교 향상도’ 점수까지 산출해 공시한 적 있습니다.

 

평가결과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연계한 까닭에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반강제적인 보충수업 실시와 성취도 향상 학교에 대한 상품권 지급 등이, 일선 학교에서는 수험 당일 결석 강제와 답안 파기 부정행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평가 결과의 지역·학교별 공시를 주도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인사청문회에서 “서열화나 경쟁체제로 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시인할 정도였습니다.

이번 논란의 계기가 된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기초학력 보장법’에 근거합니다. 기초학력은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말합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에게 개인 상황과 특성에 맞는 내용과 방법으로 실시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자는 게 진단검사 실시 이유입니다. 이런 까닭에 “시의회가 학력 하위권 학생이 아니라 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례를 만든 것 같다”는 시교육청 관계자 촌평이 더 씁쓸하게 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시의회 의장의 직권공포를 대법원에 제소함에 따라 이번 논란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가 내릴 예정입니다. 시교육청이 대법원 제소 근거로 든 것처럼 조례가 기초학력보장법이나 교육기관정보공개법 등 상위법을 위반했는지를 주로 따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의회가 ‘학생·학부모의 알 권리’ 등 진단검사 결과 공개에 따른 순기능을 강조하기에 앞서 학습지원 대상 학생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맞춤형 지원 방안을 고민했어야 하는 게 아닌지 무척 아쉬운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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