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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교육 ‘의대 마케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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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1 20:03:53 수정 : 2023-05-21 23: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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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촉발된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가 무섭다. 초등학생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10년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지 가늠조차 어렵다. 창의성 이론의 대가 조이 폴 길포드 교수는 사고 종류를 기존 지식·정보를 잘 정리해 정답을 찾아내는 ‘수렴적 사고’와 기존 지식 틀을 벗어나 이전과 다른 생각을 도출하는 ‘확산적 사고’로 분류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확산적 사고를 기르는 기회가 더 많이 제공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확산적 사고를 방해하는 지뢰밭이 곳곳에 널려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시험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데 초점을 둔 사교육이다. 사교육 메커니즘에서 아이들은 수렴적 사고로 내몰리고, 확산적 사고 훈련 기회는 차단된다. 사교육은 아이들의 미래 폭도 제한한다. 사교육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특정 진로 몇 곳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는 것이 수익 극대화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정성·고소득의 성공 방정식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의대’ 마케팅은 사교육계의 ‘히트작’이다. 학교급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학원에 ‘의대 진학반’이 편성되는 이유다. 학생들은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가면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으며 ‘묻지 마’ 공부에 올인하게 된다.

김승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센터장

최근 초·중학생 1344명 중 21.6%에 이르는 학생이 의학계열을 희망한다는 사교육 업체의 설문조사 발표가 있었다. 의학계열은 대학 입학정원의 1%도 되지 않는다. 이게 사실이라면 21명 중 20명은 ‘진로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통계 샘플이나 응답자의 편향성 문제도 있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사교육업체의 극에 달한 의대 마케팅이다.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의학계열 희망 학생은 ‘최상위층’ 이름으로 공들여 관리되고 있었다. 무분별한 마케팅에 아이들의 미래가 휘둘리는 꼴이다.

 

최근 ‘디지털 원주민’이란 말이 나올 만큼 아이들의 태도와 사고체계는 열려 있고 확장 지향적이다. ‘디지털 이주민’에 불과한 어른들이 아이들의 탐색·도전 능력을 발목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승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국가진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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