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1일은 각국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 차이로 인한 민족 간의 갈등을 극복하며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02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문화 다양성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2007년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을 제정하여 매년 5월20일을 ‘세계인의 날’로 지정하고 세계인이 더불어 살기 위하여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꾸준한 노력에도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민자 차별과 편견은 여전히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틀림으로 간주하고,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탓이다. 이민자 차별로 인해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 인권 보호나 세계시민 교육 같은 구호를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였다.

2009년 7월 우리 사회의 인종주의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 있었다. 인도 출신 보노짓 후세인 성공회대 교수에게 “아랍인은 더럽다”, “냄새난다” 등 난데없는 욕설을 한 A씨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기소 및 유죄 사례를 만든 첫 번째 사건으로, 차별과 편견에 대한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동안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적 문화를 공론화한 이 사건 이후 14년이 지났지만 변화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영문 이름이 너무 길다며 외국인의 통장 개설을 거절한 은행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명령을 받았으며, 얼마 전에는 한 시의원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베트남 국적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하다.
차별과 편견의 주체는 바로 나이고 우리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피부색, 눈동자 빛깔, 머리카락 색깔, 키 등 눈에 보이는 유전적인 신체 특징에 따라 약 2만4000여 인종으로 구분된다. 이렇게 많은 인종이 있고,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이 혼혈이어서 엄밀한 구분이 어렵지만 다문화사회는 아직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와 다른 문화를 머리로는 이해하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 사회가 문화의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차별과 편견의 안경을 벗어던지지 못한 탓이다.
인종, 민족, 종교, 문화, 교육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류 사회의 폭넓은 이해와 관용, 소수자의 정체성 유지와 소통을 위한 상하좌우의 부단한 사회 통합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다문화’에 대한 생각의 틀이 변해야 한다. 입으로는 ‘세계화와 다문화’를 외치면서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다문화 20년’.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더 고약한 한국인의 고질병인 차별과 편견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사회 통합 백신’이 필요하다. 제16회를 맞이하는 ‘세계인의 날’이 모든 국민에게 다름을 어울림으로 승화해 나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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