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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원인 따른 맞춤 처방전 내놔야”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 세계뉴스룸

입력 : 2023-05-16 06:00:00 수정 : 2023-05-16 01: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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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무엇을 할 것인가
(중) 英·日 공익활동가 인터뷰

오쿠사 씨즈 고립청년지원팀장

일본 고독·고립대책추진법에 대한 기대 커
민간과 정부 대응 장단점 다르니 병행해야
고독은 개인 문제 아닌 사회의 문제
고립은 결과일 뿐, 원인 파악해 예방해야

가족 무관심·경쟁 등이 고립 유발
‘개인의 책임’ 인식부터 바뀌어야
최근 ‘고독법’서 사회적 책임 명시
은둔 뒤 지원은 늦어… 예방이 우선
저출산·고령화, 도시화, 이혼·사별 등으로 인한 1인 가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외로움은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겪는 문제다. 특히 영국, 일본은 외로움을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고 전담 장관직까지 만들어 국가적 차원의 대응전략을 모색·실행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양국의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만나 영국·일본의 대처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한국 사회를 위한 조언을 들었다.
오쿠사 미노루 씨즈 고립청년지원팀장

일본에서는 일찍이 1980년대 후반부터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 현상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현지 시민 단체가 앞장서 고립과 고독을 사회의 과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본 정부도 2021년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독·고립담당상을 만들며 이런 요구에 응했다.

‘K2 인터내셔널’은 1989년 일본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은둔형외톨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 중 하나다. K2 인터내셔널의 한국 지부에서 2012년부터 활동하다 현재는 청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내 사단법인 ‘씨즈’에서 은둔형외톨이 청년들을 돕고 있는 오쿠사 미노루(大草稔) 고립청년지원팀장에게서 10일 한·일 양국의 고독 대응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오쿠사 팀장은 우선 2021년 일본 정부가 고독·고립담당상을 둔 것이 즉각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주목한 것은 지난달 27일 일본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해 공표를 앞둔 고독·고립대책추진법이다. 이 법은 고독의 법률상 정의를 제시하고, 고독 문제를 사회 전체의 과제로 명시하는 등 고독 대책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쿠사 팀장은 “이번 법안의 가장 큰 의미는 고독과 고립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의 책임이라고 선언한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은둔형외톨이가 본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어렵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시선이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런 시선 때문에 복지 정책이 있어도 일본에서는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껴 지원하지 않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오쿠사 팀장은 고독·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개인의 책임이라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살면서 운으로 인해 당하게 되는 일이 너무나 많고, 이것이 고립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오쿠사 팀장이 느낀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독 대책의 주체였다. 그는 “일본은 민간이 주도한다면, 한국은 정부가 주로 복지를 주도한다”며 “한국은 정부·지자체의 역할에 기대를 하는 문화가 있고, 일본은 정부에 이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민간단체에서는 오랫동안 한 사람이 같은 일을 담당할 수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친구처럼 다가갈 수 있는 반면, 정부 프로그램은 그러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예산 측면에서는 정부 기관이 더 안정적”이라며 민·관 어느 한쪽이 고독 대책을 전담하기보다는 장단점을 살려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씨즈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청년허브와 협력해 복지관이나 소방·경찰서 등 지역 기반시설과 복지 사각지대의 청년들을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고립 및 고독사 위험군 청년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오쿠사 팀장은 서울시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다만 예방을 해야 한다. 고독에 대해서는 이런 부문이 되고 있지 않다”며 “은둔하고 나서 지원하는 것은 사실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립 청년들이 생기는 원인으로 가정의 정서적 지지 부족과 경쟁 위주의 교육을 꼽았다. 특히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방치됐던 경우 특히나 심한 은둔과 고립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은 ‘최악’이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악의 학력 사회 중 하나”라며 ”상대평가 교육 시스템은 끝없이 자기 자신을 검열하고 남과 비교하게 한다. 이를 절대평가로 바꿔 잘하는 사람만을 바라보는 사회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립된 청년들을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며 “은둔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에 이들이 집에 있는 것인가, 무엇 때문에 사람들과 관계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가 등 (고립의) 원인에 따라서 전혀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은둔하거나 고립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독·고립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교육,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사회가 바뀌어야 미래의 청소년들을 고립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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