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봉 감독은 작품성 하나만으로 가뿐하게 자막이라는 장벽을 뛰어 넘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장벽(障壁), 무언가 둘 사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벽돌담, 울타리 등 물리적 의미의 장벽 외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장벽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장벽에 막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때 그 장벽을 뛰어넘거나 허물어야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글로벌 식품 시장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식품 안전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또한, 국가마다 관리 및 규제 체계에 차이가 있는 만큼, 국가 간 연대와 조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 자국 보호주의 등으로 국가 간 기술장벽은 더 높이 쌓이고 있다. 식품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식품 포장이나 소비자 표시 사항 등 기술 요건을 강화해 다른 나라의 식품 수입·통관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기술장벽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간 규제 조화와 협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 간 서로 다른 규제를 국제 기준에 근거해 하나하나 맞춰 나간다면 기술장벽도 더 이상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다. 이에 더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글로벌 이슈에 연대할 수 있는 국가 간 긴밀한 협력 체계는 거대한 장벽을 넘는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식품 규제 기관장 협의체인 아프라스(APFRAS·Asia-Pacific Food Regulatory Authority Summit)를 설립하였다. 기존 국제회의 위주의 교류를 넘어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국제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지난 10일과 11일에 개최된 제1회 아프라스 행사에는 7개국 규제 기관장과 세계보건기구(WHO)·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등 국제기구의 대표단이 참석하여 아태 지역 회원국 간 식품 분야의 전략적 연대와 규제 조화에 뜻을 함께하는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아프라스에서는 글로벌 이슈와 규제 조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규제 장벽은 해소되고 우리 기업의 수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동심동덕(同心同德)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목표를 위해 다 같이 힘쓰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안전’이라는 목표로 공동 전략을 논의하고, 국가 간 연대와 조화로 기술장벽을 해소하는 아프라스에 적절한 단어이다. 국제사회에서 아태 지역 국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그 중심에서 이를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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