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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반일팔이’로 먹고 사네”…막말 집회·충돌 ‘눈살’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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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08 07:00:00 수정 : 2023-05-08 08:26:46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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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80년 전 100년 전 이야기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북한 인권에 관해 이야기해라, 이것들아. 평생 ‘반일팔이’로 먹고 사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해 양국 정상이 ‘셔틀 외교’ 복원을 축하하는 동안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선 고성이 오갔다. 한·일 정상회담을 규탄하는 집회가 연이어 열리자 어김 없이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가 맞불집회를 연 것이다.

7일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승합차 옆)와 회원 김기환씨(승합차 위)가 용산 대통령실 앞 규탄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야유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부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오후 2시부터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의 규탄 집회가 열리는 동안 그 옆에서는 내내 확성기를 틀고 집회 참가자를 향해 욕설과 폭언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신자유연대 김상진 대표는 “‘반일팔이’ 놈들이 오늘 아주 날 잡았다”며 “빨갱이들을 북한으로 보내라”고 소리쳤다. 일부러 규탄집회 쪽으로 다가가,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좌파들이 욕설을 잘한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역시 신자유연대 회원으로 맞불집회에 왔다는 김기환(유튜브 ‘한동훈삼촌tv’ 운영자)씨는 신자유연대 펼침막을 두른 검은색 승합차 위에 올라가 규탄집회를 방해했다.

 

김씨는 “야이 쓰레기 친일파들아, 윤미향(무소속 의원)한테 가서 할머니들 돈 돌려주라고 해라”라며 참가자들을 향해 야유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 만세, 만세, 만세”라고 외치거나, 확성기로 노래를 부르며 규탄집회 측 발언을 가로막았다.

 

이에 또다시 맞서듯 오후 1시30분쯤에는 촛불행동측 10여명이 파란 두건을 쓰고 태극기를 들고 나타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사라졌다.

촛불행동 행동 10여명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전쟁기념관 입구는 맞불집회로 인한 소음·인파, 양측 스피커 소리로 뒤엉켜 ‘익숙한 파열음’을 재현했다. 분개한 규탄 집회 참가자와 검은 티셔츠를 입은 보수 단체 회원들이 욕설 섞인 고함을 지르며 충돌했다. 

 

한 중년 남성은 “닥쳐라,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하려면 일본으로 떠나라”며 김씨가 올라가 있는 승합차를 향해 달려들었고, 이를 경찰이 제지했다.

 

지켜보던 시민들은 “(신자유연대가) 정상회담과 상관없이 집회를 방해하러 온 것 같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규탄집회에 참석한 시민 김광숙(61)씨는 “신자유연대는 어디든 시비를 걸기 위해 나타나는 단체”라면서도 “화가 나지만 똑같이 욕하면 상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이라며 한숨 쉬었다.

 

다음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주요 발언.

 

◆평화군평화경찰 국제방범단 소속 차윤희(45)씨

 

“문재인 정권 때 한일관계가 망가졌다. 그래서 한미관계도 망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관계도 잘 만들고 있고, 이번에 한일관계도 좋아지게 만들었다. 북한이 핵폭탄을 만들고, 우리나라 좌파들은 전쟁은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힘이 있어야 한다. 평화만 말해선 위험하다. 북한이 늘 뒤통수를 친다. 한미일 관계가 중요하다. 일본이랑 우리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이 아무리 우리를 도와줘도 한계가 있다. 미국 무기고가 일본에 있으니 3국이 합심해야지. 오늘은 여기 낮 12시부터 나왔다. 군사동맹처럼 확고해지면 좋겠고, 한일관계가 안 좋아졌지만 돈독하게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의기억연대 회원 3명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일정상회담이 불법 식민 지배와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죄를 받아내기보다 ‘강제동원이 없었다’는 역사 왜곡과 책임 부정으로 일관하는 기시다 정권에 거듭 면죄부를 주는 굴종외교의 자리가 될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 안보협력 확대는 한국을 일본 안보를 위한 방파제로 삼는 것이며, 한국의 주권과 안보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일본 자위대는 한국에서의 작전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용납 불가하다.”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기시다 총리가 방한 했고 곧 여기서 정상회담을 하는데 윤 대통령이 적어도 5가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 1. 일제시기 전범기업에 의해 벌어진 강제동원 사죄배상 2.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유하고 있다는 영유권주장에 대한 경고 피력 3. 국제적으로 한국 국적 인정 받을 것 4.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5. 국민 안전과 생명 위해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의 수입 금지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규탄집회 참가한 시민 김광숙(61)씨

 

“기시다 총리 오는 거 반대하는 거 목소리 높이려고 왔다. 어제 남편이랑 집회 나갔다가 여기서도 한다는 걸 알았다. 총리 오는 것 나라 팔아먹는 거 같다. 기시다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크다. 이러다 독도 뺏기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굴종 외교 속상하고 집에 있자니 화가 나서 왔다. 지난 회담 때도  위안부 문제 해결 잘 안 됐고 앞날이 깜깜하고 섭섭하다.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서. 나라 위해선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 미국가서도 굴종하고. 지금 국민들 다 어렵다. 전기세도 오르고 청년들 실업도 문제고. 30대 딸 둘이 있는데 청년들도 큰일이라고 걱정하지만 직장 때문에 못 나오니까 내가 힘 하나라도 보태려고 왔다.”


글·사진=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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