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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vs 中·러 사이 ‘등거리 외교’… 신냉전 구도 속 몸값 키워 [심층기획-세계인구 1위 인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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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02 07:00:00 수정 : 2023-05-03 16: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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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마이웨이 외교’로 실리 챙기는 인도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진영 넘나들어

美, 모디 인도 총리 국빈방문 조율 중
바이든, 中견제 위해 관계강화 공들여
‘中 봉쇄 목표’ 쿼드 회원국인 동시에
中·러 주도 ‘상하이협력기구’도 참여

초대 총리 네루 “남의 놀잇감은 NO”

이데올로기·편가르기식 국제질서 배격
비동맹·다자주의로 전략적 자율성 추구
철저히 실리 따라 움직이며 균형 유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후 위상 더욱 부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석 달 전 미국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미국 국빈 초청을 인도 정부와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인도 외교가에서는 “공식 발표만 안 되고 있을 뿐 6월 방문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모디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세 번째로 맞이하는 국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주의 세력,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인도)와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 한다”고 짚었다.

◆어느 편도 들지 않는 나라

미국이 인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단지 인도의 경제적·정치적 위상이 나날이 커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는 사실상 중국 봉쇄를 목표로 한 안보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일원이면서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참여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독특한 외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어느 한 편도 들지 않고 진영을 넘나드는 인도 외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도는 서방 기대와 달리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잇따라 기권했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 한 것과 반대로 인도는 구매량을 6배나 늘렸다. 비료도 대거 사들였다. 그 결과 지난해 인도와 러시아 간 교역액은 398억달러(약 53조37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추산이 나왔다.

이는 소련 시절부터 맺어온 오랜 유대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련은 1962년 중국과 국경 전쟁을 치른 인도에 핵추진잠수함을 빌려줬다. 지금도 인도 무기의 70∼85%는 러시아제로 추정된다. 인도는 2018년 미국의 제재 위험을 감수하고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불리는 S-400 지대공미사일을 대거 사들였다. 지난달 28일에도 양국 국방장관이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 더 많은 러시아 방위업체가 인도 무기 생산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인도 입장에서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앙숙’ 파키스탄과 가까워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를 외면할 수 없다. 중·러가 밀착해 인도와 2대 1로 대치하는 상황이 되면 더욱 곤란하다. 복잡한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철저하게 실리를 챙기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는 2020년 라다크 갈완계곡에서의 유혈 충돌 이후 관계가 냉랭해졌다. 모디 총리는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다자회의에서 마주치더라도 양자회담은 하지 않고 있다.

인도는 그러면서도 SCO에 계속 참여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가 주도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2022’에 육군 병력을 보내 중국군과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인도 매체 더힌두는 이를 두고 “국제 위기 속에서 균형을 찾고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다른 한편에서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도 다지는 중이다. 2020년부터 인도양에서 쿼드 4개국이 참여한 연합군사훈련 ‘말라바르’를 실시했고, 미국 무기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동북부 지역을 습격하려던 중국군을 인명 손실 없이 철수시키기도 했다.

모호한 외교적 태도에 각국은 애를 태우면서도 인도의 특수성을 납득·용인하는 분위기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인도·러시아 관계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SCO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외교적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서방과 중·러의 힘겨루기 속에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될 뻔했으나, 모디 총리의 이 표현을 비슷하게 옮겨 담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절충을 이뤘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공동성명 채택에 은연중에 기여한 공로로 찬사를 받았다”며 “역대 인도 총리 중 누구도 그렇게 작은 일로 (세계의) 칭찬받은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이샨카르 독트린

1947년 독립한 인도는 냉전 시기 내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비동맹’ 노선을 추구했다.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가 남긴 “우리는 남의 놀잇감이 될 생각이 없다”는 말 속에 인도 외교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인도는 2013년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외교 노선을 공식 채택했다. 이는 모디 정부 1기 외교차관을 거쳐 2019년부터 외교장관직을 수행 중인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의 이름을 딴 ‘자이샨카르 독트린’으로 발전했다.

‘하버드 인터내셔널 리뷰(HIR)’에 따르면 자이샨카르 장관은 2020년 저서 ‘인도의 길: 불확실한 세상을 위한 전략’을 통해 “인도는 다른 국가가 정한 규범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립된 신흥 강대국으로서 이데올로기적·편가르기식 국제질서를 배격하고 철저히 실리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의 이론은 국방부 관료 출신으로 인도 싱크탱크 국방분석연구소(IDSA) 소장을 지내며 인도 핵무장의 이론적 틀을 잡은 부친 크리슈나스와미 자이샨카르의 ‘실용주의적 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역사 경험에서 비롯된 반(反)서방주의도 자이샨카르 독트린의 특징이다. 자이샨카르는 2019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대담에서 “인도는 2세기 동안 국가적 굴욕을 당하면서 서방세계에 45조달러를 수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이해와 비정치적 이해를 명확히 구분한다. 국제정치·안보·전략적 문제에서는 제한적 협력만 추구하지만, 비정치 분야의 협력에는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 분산(헤징)은 오늘날 펼쳐지는 게임의 이름”이라며 “인도는 전 세계의 파트너 사이에서 누구를 고르지 않고 다자동맹(multi-alignment) 또는 전부동맹(all-alignment)이라는 특유의 브랜드를 위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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