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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이로 아이 행복 UP… 토털 육아 브랜드 꿈꾸죠” [세계로 뛰는 중소기업]

입력 : 2023-04-21 01:00:00 수정 : 2023-04-20 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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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엔피’ 박병운 대표
국수 안 흘리게 포크 사이 물결홈
바닥 긁기 쉽게 직선 숟가락 고안
손가락 끼우는 자세 교정 젓가락
2002년 출시 후 5000만개↑ 판매

“단순한 물건도 머리 맞대어 개선
끝까지 고민해야 타사와 차별화
노인·헬스 케어 등 판로 개척 목표
혁신적인 고부가 제품 선보일 것”

“유아용 포크를 남들과 다르게 만들려면 뭘 바꿔야 할까요?”

유아식용품 전문기업 아이엔피(INP) 박병운 대표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갈퀴가 셋 또는 넷, 아이들 안전을 위해 일반 포크보다 약간 뭉툭한 끝. 이외에 뭐가 더 있을까. ‘포크가 포크지’라는 생각이 들 무렵 박 대표가 말했다. “저희는 갈퀴에 홈을 파 놨어요. 아이들이 포크로 국수를 먹으면 면발이 갈퀴 사이로 다 빠져나가서 힘들어하잖아요. 홈을 파놓으면 면이 쉽게 걸려 올라와서 잘 먹을 수 있어요.”

박병운 아이엔피 대표가 12일 경기 부천시 오정동에 있는 아이엔피 에디슨몰에서 세계 최초로 발명한 ‘자세 교정 젓가락’(에디슨 젓가락)과 디자인 특허를 낸 유아용 숟가락·포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천=이제원 선임기자

‘딱 하나만 바꾸자.’ 박 대표가 추구해온 길이다. ‘원 플러스 원’ 전략이다. 포크처럼 단순한 물건도 어떻게 바꿔야 아이들에게 좀 더 편할지 끝까지 고민한다. 바로 그때 남들과 다른 상품이 탄생한다. 박 대표는 “작은 차이 하나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세상 모든 아이에게 행복을, 부모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찾은 경기 부천시 아이엔피 에디슨몰의 벽면 한쪽에는 박 대표의 철학이 담긴 제품들이 한가득이었다.

유아용 숟가락의 윗면은 둥근 타원형 대신 직선으로 잘린 모양을 띠었다. 평평한 식판 바닥을 더 쉽게 긁어내기 위해서다. 5구 스테인리스 식판은 바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국물 등 음식물이 자연스레 쏠리면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떠먹을 수 있어서다. 모두 아이엔피의 디자인 특허 제품이다.

아이엔피에서 만든 유아식용품들. 젓가락엔 고리를 달아 처음 쓰는 아이도 손쉽게 젓가락질을 할 수 있다. 아이엔피 제공

◆아이엔피의 출발점 ‘에디슨 젓가락’

진열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제품은 ‘자세 교정 젓가락’(에디슨 젓가락)이다. 박 대표가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품으로, 관련 특허만 10여개다. 젓가락 두 개의 양 끝에 회전하는 힌지를 달고 엄지·검지·중지를 끼우는 고리를 추가했다. 젓가락을 처음 쓰는 아이라도 손쉽게 젓가락질을 하고, 올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다.

에디슨 젓가락의 탄생 비화는 잘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2001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조카의 젓가락질이 어설픈 것을 보고 자세를 잡아주다가 고리에 손가락을 끼워넣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박 대표는 “정작 젓가락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따로 있다”고 했다. 그는 “시제품을 만들고 집 앞 놀이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돌멩이를 잡아보라고 했다”며 “아이들이 곧잘 집더니 ‘아저씨 이거 재밌는데 나 주면 안 돼요?’라고 묻더라. 그때 사업이 잘 될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젓가락이 자세 교정을 넘어 아이들에게 재미도 준다는 점을 확인하고선 상품화를 결심한 것이다.

에디슨 젓가락은 3세 이상 유아용 사이즈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아부터 성인까지 전 연령대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특히 성인용 에디슨 젓가락은 최근 3년(2019∼2022년)간 67만개 이상 팔렸다. 판매된 에디슨 젓가락 100개 중 6개가 성인용이다. 이전에는 주로 자세 교정 용도로 판매됐지만,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한 손가락 운동의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에디슨 젓가락은 유아용품계의 ‘메가히트’ 상품이다. 2002년 출시부터 지난달까지 5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누적 판매금액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수출이 큰 도움이 됐다. 중국·일본·베트남 등 젓가락 문화권은 물론 전형적인 포크 문화권인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도 에디슨 젓가락을 찾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요즘 미국에선 파티 선물로 에디슨 젓가락이 인기”라며 “아이들이 있는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유아용과 성인용을 함께 사서 선물하면 굉장히 신기해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해외 매출은 연평균 400만달러(52억6000만원) 이상이다.

◆“2025년 매출 300억원 달성할 것”

아이엔피는 유아식용품 전문 브랜드를 넘어 2025년까지 토털 육아 브랜드로 진화하기 위해 ‘혁신 에디슨 2025’ 계획을 세웠다.

박 대표는 “원 플러스 원 전략으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만 바꾸면 출시하자마자 경쟁 업체가 바로 베낄 수 있다”며 “혁신 에디슨 2025는 ‘온리 원’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관점에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은 이미 시작됐다. 2021년부터 스팀소독기, 공기청정기, 분유 포트 등을 출시해 육아 소형가전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박 대표는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 베이비 케어를 넘어 노인·헬스 케어 등 다방면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이미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헬스 케어 분야로 진입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엔피의 최근 5년간 매출은 130억원 내외에 머물렀다. 박 대표는 “아이가 점점 줄어들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었는데도 매출이 유지된다는 건 회사가 성장 중이라는 뜻”이라면서도 “2025년까지는 매출을 300억원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 특성상 해외 판로 개척은 매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해외에 집중적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매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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