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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취업난에 어둠 속으로… 실태 파악 안 돼 ‘死각지대’ 방치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 세계뉴스룸

입력 : 2023-04-18 06:00:00 수정 : 2023-04-17 19: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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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고령사회 ‘8050 리스크’
(중) 은둔 중년의 고독·고립 해법은

광주 內 은둔형 외톨이 15%가 40대 ↑
경제 요인이 정신 문제보다 더 큰 원인
日, 40대가 전체 히키코모리 40% 차지
향후 10년 이내 日 전례 따라갈 수도

부모 의존 탓 가족 모두 절대빈곤 위기
전국적 실태조사는 청년층에만 국한돼
“인간관계 제한돼 문제 악화 시 가시화
발굴·예방 필수… 자립 지원체계 갖춰야”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나중에는 죽음을 생각해야겠죠. 뭐, 오래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안 좋은 미래가 그려져요. 희망이 없어요.”(실직과 대인 관계 어려움 등으로 10년째 은둔 생활 중인 47세 남성)

“저렇게 집에만 있으니까 짠하고 그러죠. 지가 얼른 (경제·사회) 활동을 해야 하는데, 나이는 먹어가고. 언제까지 부모한테 의지할 것인지.”(은둔 생활 10년 된 40세 아들을 돌보고 있는 64세 여성)


광주광역시가 심층 면접한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11명) 및 가족(11명) 중 일부가 토로한 걱정들이다. 광주시는 2020년 광주 지역 아파트 거주 10만세대를 대상으로 한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 결과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 임신, 출산 등이 아닌 사회·경제·문화적 이유로 예전이나 현재 3개월 이상 주로 자신의 방에서만 지내고 방이나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237명을 찾아냈다.

17일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 지역 은둔형 외톨이는 20대(48.9%)와 30대(26.6%)가 75.5%를 차지했지만 40대(11.0%)와 50대(4.6%)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은 전 연령대에 걸쳐 아버지(40%), 어머니(23.4%), 본인(21.1%) 등의 순이었다. 은둔형 외톨이 3명 중 2명가량이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중년 30%, 실직 계기로 은둔 시작”

일본에서 40∼50대 중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70∼80대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는 ‘8050 문제’가 국가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역시 중년 사회적 고립·은둔 인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는 ‘경제의 허리’ 세대의 결손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뿐 아니라 노노(老老) 부양 등 빈곤의 악순환, 향후 고독사 및 범죄 증가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중년 은둔형 외톨이는 단순히 청년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광주시의 은둔형 외톨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만 40세 이상(48명)의 은둔 기간은 6개월∼1년 미만이 41.7%, 1년∼3년 미만이 25.0%였다. 은둔 생활을 시작한 나이도 40세 이상이 58.3%로 가장 많았다. 이들이 은둔 생활을 하게 된 주된 계기는 ‘정신적 어려움’(39.6%)보다는 ‘실직’(29.2%)과 ‘취업실패’(16.7%) 등 경제적 요인이 더 많았다.

학교폭력과 실업난 등 은둔형 외톨이 발생 원인과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가파른 고령화 속도, 가족주의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의 현재는 머지않은 한국의 미래다. 지난해 일본의 히키코모리 추산 인구는 청년층(15∼39세)의 2.05%, 중년층(40∼64세)의 2.02%인 146만명 정도. 2015년 청년 히키코모리(54만1000명)와 2018년 중장년(61만3000명) 추산보다 30만6000명 더 늘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40대가 히키코모리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는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의 허리’인 중년층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하는 것은 일단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취약계층 청년 범위 및 지원에 관한 연구’(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청년 은둔형 외톨이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은 16억원 정도다. 김성아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은둔형 외톨이는 이들의 생산력 저하와 공공 부조 개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둔 방치시 고립사 등 사회 문제화

취업 등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아 수입은 끊기고, 생활비·약값 등을 부모에 의존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 모두 절대 빈곤 상태로 빠지는 위기를 겪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철퇴, 제한적 인간관계, 가족과의 미약한 정서적 유대감 등으로 이들의 생활 방식이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며 “개인 단위의 문제가 악화한 이후 은둔, 자살, 범죄 등 극단적인 부적응의 방식으로 가시화해야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므로 발굴과 예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 실태 파악은 최근 들어서야, 그것도 청년층에 국한해 이뤄지는 모양새다. 국무조정실과 서울시는 각각 지난해 청년층(15∼39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전체 청년의 2.4%(약 24만4000명)가 고립 또는 은둔 상태에 있고, 서울에는 1.2%(약 3만3000여명)가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중년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층보다는 비율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향후 10년 이내 청년보다 중년 은둔형 외톨이가 더 많은 일본의 전례를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저성장 추세뿐 아니라 연령대가 높을수록 커지는 사회적 고립 인구 비중과 2021년 기준 9%를 넘나드는 부모와 동거하는 40대 비율 등을 감안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 연령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 파악 이후 맞춤형 지원 계획을 세워 정서·신체적 건강 회복과 관계 맺음, 자립을 위한 세심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회적 은둔 인구 대부분이 경제적 문제를 갖고 있고,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분들이 상당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완전 사각지대’에 있다면 당연히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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