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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상권이 어쩌다가...” 추락 계속될까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23-04-01 12:00:00 수정 : 2023-05-26 17: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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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공실…소비심리 악화
지난해 4분기 기준 신촌·이대 지역 공실률, 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9.1% 기록
이대 앞 옥죄던 업종 제한 폐지…“활성화 기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한 가게 유리문에는 ‘임대문의’ 푯말이 붙어있다.

 

“버티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개학만 바라보고 반년쯤 문 닫았습니다. 답답하죠. 개학하면 달라질까 했는데, 아니네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장사합니다”

 

지난달 29일 낮 12시쯤 이화여대 정문 인근 만난 한 자영업자가 텅 빈 가게 바라보며 긴긴 한숨을 내쉬었다. 점심때지만 오가는 학생들은 많았을 뿐 가게마다 한산했다.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과 맞물려 대면 수업이 전면 재개됐지만 이대 상권은 살아날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영업 중인 상가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빈 가게가 곳곳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특히 이대 중심 거리인 이대 정문 앞 건물도 통으로 비어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를 하나로 쓰는 이른바 통건물 역시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3월 개학을 맞았지만, 여전히 이대 상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이대역에서 이화여대 정문 방면 1층 상가 총 29개 중 영업 중인 상가는 19여 개뿐.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역 방면 1층 상가 43개 중 14개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유리문에 ‘임대 문의’ 푯말이 붙은 채로 방치돼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신촌·이대 지역 공실률도 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9.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규모 상가(2층 이하이고 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서울 평균(6.2%)보다 높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신촌 상권 생존율은 32%로 서대문구 14개 동 가운데 가장 낮다.

 

대면 수업에 맞물려 상권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대 정문 인근 골목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씨는 “예전 학생들보다 요즘 학생들이 확실히 달리진 것 같다”며 “친구들과 어울려 찾기보다는 한두 명 정도만 와서 간단하게 먹고만 간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이대 정문 인근 한 건물의 모습

 

이 씨는 오랜 팬데믹에 따른 소득 감소로 소비층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점도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나름 분석했다. 이 씨는 “학생들이라고 돈이 있나요. 다 용돈 받아 쓰거나 알바해서 쓸 텐데”라며“나도 자식을 키우지만, 용돈을 넉넉하게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다들 힘드니깐 별수 없죠”라며 한탄하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이대상권 골목길은 대로변보다 더 심각했다. 한 집 건너 한집 꼴로 유리창에는‘임대 문의’ 푯말이 붙은 듯했다. 유리창 너머로 어지럽게 널브러진 각종 가구와 ‘목돈이 필요하신 분’, ‘전문 대출’ 같은 문구가 담긴 명함이 먼지에 쌓여 방치돼 있었다. 문을 연 상점보다 문을 닫은 상점이 더 많아 보였다. 골목길마다 사람보다 공사 차량만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씨는 “코로나도 끝나도 달라진 게 없다. 이대 상권이 완전 죽은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이 예전보다 돈을 더 안 쓴다”며 “사람이 없는데 무슨 장난이냐. 어떻게 할지 몰라 일단 버티기만 한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한 가게는 깨끗이 청소 된 채 유리문에는 ‘임대문의’ 푯말이 붙어있다.

 

이대 상권은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젊은 여행객들이 찾는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명소였다. 빠르게 변화하는 젊은 세대 맞춰 의류 매장, 맛집 등이 즐비해 입지를 지켰다. 그동안 이대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화장품 매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주요 고객층인 여행객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적지 않은 상점이 문을 닫으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변했다.

 

‘위드 코로나’가 본격화된 지난해 2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이대 상권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사라지면서 빈 가게가 점차 늘고, 학생들조차 찾지 않는 삭막한 상권으로 180도로 변하게 됐다.

 

한결같이 잘 나갈 것만 같던 이대 상권이 무너지게 된 계기는 뭘까? 침체 원인은 코로나19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상인들은 서울시 규제가 이대 상권의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3년 9월 ‘신촌지구 일대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통해 의류·잡화 소매점과 이·미용원을 권장업종으로 정했다. 시의 지구단위계획 결정 이후 시장 여건이 변화하며 기존 권장업종의 경쟁력이 약화돼 상가 공실 발생 등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권장 용도로 사용하던 부분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을 새로 만들어야 해 사실상 입점 가능 업종이 제한돼 왔다.

 

지난달 29일 이대 정문 앞 한 건물의 모습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구는 이달 14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권장업종을 음식점, 제과점, 공연장, 전시장, 서점, 도서관, 사진관, 학원, 체력단련장, 볼링장, 당구장, 노래연습장, 의원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구는 이번 권장용도 확대 외에도 올해 ‘신촌·이대 지역 활성화 계획 수립용역’을, 내년에는 ‘신촌지구 일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를 추진하는 등 장기간 침체돼 온 상권의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학가답게 MZ세대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어야 다시 젊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압구정 로데오·도산공원 인근 상권을 주목할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 상권만이 가진 차별화 된 콘텐츠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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