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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KT ‘외풍 흑역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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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30 23:16:23 수정 : 2023-03-30 23: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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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가 많으면 가마솥을 깨뜨린다’는 속담이 있다. 윗자리가 많아 저마다 명령을 하면 무쇠 가마조차도 깨뜨리고 만다는 뜻으로, 뚜렷한 책임자 없이 여러 사람이 간섭해 도리어 일을 그르칠 때 쓰인다. 최근 벌어지는 KT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보면서 이 속담이 떠올랐다.

KT는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이다. 민영화 이후 여러 주주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주인이 없어서일까, KT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데 ‘상좌’인 듯 말을 보태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국민연금과 여권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구현모 대표가 지난해 말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을 때 여권의 반대로 재심사가 이뤄졌다. 구 대표가 다시 후보로 결정되자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경선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결국 지난달 공개경쟁 방식으로 후보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외부 인사 18명과 사내 인사 16명이 심사 대상에 올랐다. KT 이사회에 대해 “이권 카르텔”이라는 여권의 비판은 계속됐다. 대통령실은 “공정·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지난 7일 최종 대표 후보로 결정된 윤경림 그룹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윤 사장과 윤 사장을 결정한 KT 이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윤 사장은 지난 25일 후보에서 공식 사퇴했다. 사퇴 이유로 밝힌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한 문장에 숨겨진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외부 상좌들이 이런저런 말을 한 결과 재계 서열 12위 기업 KT는 ‘대표 부재’라는 초유의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이들이 다시 대표 후보들을 검토해 KT 차기 대표가 선정되기까지 물리적으로 수개월이 필요하다. 기본 시스템이 있으니 KT라는 가마솥이 깨질 리는 없다. 그러나 가마솥이 제대로 역할을 해 주주는 물론 소비자들에 보탬이 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에서 늦게 출발할수록 격차는 커진다.

신임 대표의 출발이었을 31일 KT 주주총회는 ‘경영 공백’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KT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다.

앞으로 이사와 대표 선임 과정에서 외부 상좌들은 더 이상의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황만으로도 누가 이사가 되든, 대표가 되든 ‘친정권 인사’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대로 특정인을 대표로 만들기 위해 계속 개입한다면 KT 정상화는 멀어진다. 피해는 다수가 떠안는다. 정작 그들은 피해도 없고, 책임도 없지 않나.

KT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배구조 취약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현 정권의 코드에 맞는 지배구조나 인선을 논의하다간 또다시 약점을 노출하게 된다. ‘KT의 흑역사’ 또한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KT 미래 가치가 기준이 돼야 한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한다고 하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지 않게 탄탄한 기반을 다지길 바란다.


이진경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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