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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농업전망 2023’에서 지난해 3대 육류(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의 1인당 소비량이 사상 처음 쌀 소비량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장구한 세월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쌀이 고기에 주식의 자리를 내준 것이다. ‘쌀이 남아돈다’는 농민들 하소연은 호들갑이 아니다.

이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다. 무료급식이 이뤄지는 초·중·고에서는 덜하나 아침밥을 굶는 대학생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었다고 한다. 편의점 줄김밥과 삼각김밥으로도 때우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부 통계 자료에선 2021년 기준 20대 아침 결식률이 53%로 10년 전보다 10%포인트나 증가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지난 5∼11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1164명(56.1%)이 ‘식비 지출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1000원짜리 아침밥’이 대학가에서 인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시작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원조다. 교내 학생식당에서 식사할 때 학생과 정부가 1000원씩 내면 나머지 차액은 학교가 부담한다. 정부는 최근 이 ‘1000원 학식’ 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7억2800만원인 관련 예산은 15억7700만원으로 증액될 예정이다. 참여 대학도 현재 41개교에서 66개교로, 지원 인원은 기존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된다. 2030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외면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여당의 청년층 구애 작전이란 얘기도 들린다. 배곯는 청춘을 하나라도 줄일 수 있다면야 이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

인구 절벽이 가속화하고 갈수록 수도권 집중화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방대 사정은 절박하다. 존폐 기로에 선 상아탑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남부 지역에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를 빗대 ‘벚꽃엔딩’으로 불릴 정도다. 그러니 재정이 열악한 지방 대학에게는 1000원 학식조차 ‘언감생심’일 수 있다. 겉으로 표현 못하지만 속내가 복잡할 게다. 정부 지원 아침밥 복지도 누리기 힘든 현실에 지방대가 더 왜소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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