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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수 2만여명, 연 매출 25조원, 재계 순위 12위인 KT의 전신은 1982년 설립된 한국전기통신공사다. 당시 체신부의 전기통신 사업이 분리되며 통신 업무를 보던 공무원들이 공사 직원이 됐다. 정부는 1987년부터 한국전기통신공사 매각에 나서서 2002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현재 KT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고, 소액주주들이 57% 넘는 지분을 보유한 민간기업이다. 민간기업인 만큼 최고경영자(CEO) 선임은 당연히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늘 말썽이다.

KT는 포스코, KT&G 등과 마찬가지로 주인이 워낙 많고 흩어져 있다 보니 CEO 인선에 과거 청와대를 포함한 정권 실세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권력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흑역사도 반복해왔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수장이 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모두 채운 CEO는 황 전 회장이 유일하다. 현재 구현모 대표를 포함해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등 4명은 형사처벌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사회에서 KT의 CEO로 선임된 윤경림 후보가 주주총회를 며칠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연임에 도전했던 구 대표가 사퇴한 데 이어 윤 후보마저 중도 하차한 것이다. 윤 후보의 CEO 레이스 이탈에는 정부·여당의 압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 7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를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난했다. 검찰 수사도 KT를 겨누고 있다. 한 시민단체가 윤 후보에 대해 사외이사 향응 제공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하자 검찰이 득달같이 수사에 착수했다. 윤 후보는 이사 간담회에서 “내가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토로했다고 한다.

윤 후보가 사의를 표명하자마자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여권이 미는 후보들의 이름이 다시 거론된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은 민간기업 인사에 권력이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정부가 과거와 다를 바 없이 퇴행적 행태를 보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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