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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자기 삶을 반영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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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4 22:39:25 수정 : 2023-03-24 22: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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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파벨만스’가 개봉했다.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8㎜ 필름 카메라를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을 계기로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찍고 놀면서 영화인이 되기를 꿈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벨만스’도 그런 자기 어린 시절의 경험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스타일과 주제 의식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른 영화 작가들은 데뷔하는 시점에서든 경력의 후기에서든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곤 한다. 데뷔작에서 자기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대개 성장의 고통을 겪는 이야기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나 김보라 감독의 ‘벌새’가 그 예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영화인으로 살아온 이들은 노년에 이르러 처음 영화를 향한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나 부모에 대한 추억과 영화 만들기를 연결하는 영화를 내놓기도 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와 스필버그의 ‘파벨만스’가 이런 경향의 영화이다.

영화감독으로서 경력을 쌓은 뒤에는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담은 영화들을 내놓는 예도 있다. 영화 만들기와 관련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본의 압력과 제한 때문에 자기 상상력을 마음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나 상상력이 고갈되어 차기작을 구상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장뤼크 고다르의 ‘경멸’과 코엔 형제의 ‘바톤 핑크’, 페데리코 펠리니의 ‘8과 1/2’이 그렇다.

한편, 어린 시절에 영화를 접하지 않았고 어른이 된 다음에 영화를 선택한 이들은 영화 대신 자기가 좋아했던 다른 매체나 예술로 영화와 삶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구로자와 아키라는 ‘꿈’에 미술 전시회에서 반 고흐의 그림으로 들어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삽입했다. 고흐에 열광했던 젊은 시절 자기 이야기였을 것이다. 임권택의 ‘취화선’은 구한말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루는데 개별 에피소드에서 나오는 장승업의 불우한 삶은 임권택이 한국 사회에서 겪었을 것 같은 고난과 좌절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화 작가가 영화를 찍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는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부분적으로 홍상수의 영화에서 얻을 수 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도 계속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영화감독이 나온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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