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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 3회로 늘려야” VS “집값 오른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슈팀

입력 : 2023-03-24 13:00:00 수정 : 2023-03-24 13: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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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아동교육에 필요한 최소 7년 보장해야”
“임대인 권리 제한 과도…임대 공급 감소 부작용”
“실거주 한다” 속이고 새 임차인 계약…갈등 다수

임차인이 계약한 집에 더 살고 싶을 경우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갱신요구권’을 현행 1회에서 3회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더 오래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임차인의 권리를 과하게 보장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외려 임대주택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뉴시스

◆“3회까지 늘려야” VS “부작용 생겨”

 

24일 학계에 따르면, 이은희 충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이달 민주법학 제81호에 게재한 ‘주택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논문에서 “주택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3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차계약 갱신요구권은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생긴 임차인의 권한이다. 기존에는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원해도 임대인이 거절하면 갱신할 수 없었지만, 갱신요구권이 생기면서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됐다.

 

이 교수는 갱신요구권을 1회만 행사하면 최초 임대차가 시작된지 4년 뒤에는 임대차가 종료되는 점을 들어 4년으로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4년의 주거 안정은 임대인의 소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수준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주택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3회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며 “서울시 민간등록임대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주기간은 평균 7.9년이었고, 안정적인 아동교육에 필요한 기간이 최저 7년(초등 6년·유치원 1년)이므로 주택임대차 기간을 8년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작용도 우려한다. 임차인 권리를 과하게 보호하다보면 임대를 하려는 사람이 적어져 임대주택 공급이 줄고 이는 곧 임대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대인의 권리를 제한하게 되면 임대주택 공급이 안 될 수밖에 없다”며 “임대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런 권한을 줄 때는 임대주택 공급 축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뉴스1 자료사진

◆‘갱신요구권’ 실시 3년째…갈등 여전

 

법 개정 후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갱신요구권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거주할 예정”이라며 임대인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하는 것이다. 법원은 이 같은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꾸준히 내리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창원지법은 최근 임차인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B씨가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6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B씨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5000만원, 월세 50만원의 조건으로 2년간 임차했다. 계약 만료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A씨는 계약갱신을 기대했으나 B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실거주 의사를 밝혔다. 이에 A씨는 인터넷 부동산 소개 사이트에서 이사할 집을 찾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임대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집주인 B씨에게 연락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A씨는 다른 집을 구해 이사한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았다. 전입신고자는 집주인 B씨가 아니라 제3자였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임차인 C씨는 2021년 11월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살던 아파트의 계약 갱신을 희망했으나 집주인은 “아들이 결혼해 이 아파트에 살게 됐다”며 갱신을 거절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집주인은 보증금을 4000만원 올려 새 임차인과 1억8000만원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법은 임대인이 C씨에게 2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과거 “기본권 침해해…위헌” 주장도

 

갱신요구권은 2020년 7월 도입됐을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2020년 8월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당시 사준모는 “현재 좋은 전셋집에 사는 임차인에게만 이득을 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세입자에게 기존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뿐이어서 다른 주택에서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기에 청구인의 계약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각하 처리했다.

 

이어 “현재 좋은 전세에 사는 세입자와 현재 거주지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거주지를 이전할 계획이 있는 세입자는 본질적으로 비교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여부는 세입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거나, 그렇지 않은 세입자를 차별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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