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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푸틴, 뉴스타트 중단 선언… 핵군비경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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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4 00:04:29 수정 : 2023-03-24 0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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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서방의 우크라 지원에 불만
美·러 핵군축 조약 ‘균열’ 생겨
핵확산 우려… 국제안보 새 변수
복귀 빌미 전쟁 종식 물꼬 틀 수도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각각 수만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채 대립함으로써 인류는 아마겟돈의 공포에 직면했다. 다행히 1980년대 후반 두 초강대국 간의 냉전적 대결이 완화됨에 따라 핵무기 감축 협상이 진전되었다. 그 결과 1991년 미국과 소련은 ‘전략무기감축조약’(스타트-1)에 서명했다. 스타트-1에 따라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각각 실전배치 핵탄두를 6000기 이하로 줄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운반체를 1600기 이하로 감축하기로 했다.

스타트-1이 2009년 12월5일 종료된 이후 새로운 협상을 거쳐 2010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양측의 실전배치 핵탄두와 운반체(ICBM, SLBM, 전략폭격기)를 각각 1550기, 700기 이하로 제한하고 발사체를 800기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했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10년 만기의 뉴스타트가 2020년 5월에 종료된 이후 미·러 양국은 2021년 2월 연장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조약의 유효기간은 2026년 2월까지로 갱신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현장 사찰이 일시 중단된 이후 양국은 사찰 요원의 교차 방문 재개에 대해 서로 소극적인 반응을 나타냄으로써 뉴스타트의 이행에 차질이 생겼다. 더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현장 사찰을 거부하는 모양새가 빚어짐으로써 이 조약은 파행을 면치 못했다.

이번에는 더 큰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1일에 가진 연례 국정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서방의 대러시아 ‘적대’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함으로써 뉴스타트 중단 결정과 그러한 서방의 적대 행위를 결부시켰다. 더 나아가 뉴스타트 중단 선언 직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방부와 로사톰(국영 원자력기업)에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러한 조치에 깔려 있는 러시아의 의도는 무엇인가. 첫째, 러시아는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등 대러 적대 행위를 뉴스타트 중단 조치와 결부시킴으로써 핵군축 중단의 책임을 서방에 돌리는 한편, 이들의 개입 중단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하는 것이지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스크바는 향후 대미 협상에서 조약 복귀 문제를 유용한 카드로 활용할 여지를 남겨 두었다. 셋째, 러시아는 향후 조약 복귀 또는 갱신 협상에서 새로운 형태의 다자간 핵군축 레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스타트의 갱신 조건으로 중국의 참여를 내세웠을 때 러시아는 오히려 영국과 프랑스의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 선언은 어떠한 파장을 낳을 것인가. 일각에서는 양대 핵강국 간에 핵군비경쟁이 촉발되거나 핵확산이 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당장에 미·러 사이에 새로운 핵군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러 양국은 현재 대등하면서도 각각 최강의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핵 강대국 간 평화적 관계를 뜻하는 ‘전략적 안정’을 주창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 선언은 서방을 향한 정치적 공세의 성격이 강하다. 한편으로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향후 조약 복귀를 고리로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두 핵 강대국뿐 아니라 중국 등 나머지 핵보유국들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핵군축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 결정이 국제안보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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