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반려동물 전용’ 붙여 가격 뻥튀기… 반려인 울리는 ‘펫 택스’

입력 : 2023-03-22 19:00:00 수정 : 2023-03-22 21:48:5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미네랄 생수, 사람 제품의 7배
저지방 우유는 4배가량 더 비싸

강아지 결막염 9만원 ‘과잉 처방’
종합검진 30만~70만원 천차만별

동물단체 “정보 비대칭 해소 중요
취약계층 수의 지원 등 늘려야”

7살 몰티즈 강아지 ‘복순이’와 함께 사는 오승연(28)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간식부터 장난감, 카시트 등 복순이용 물품들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한 달에 한 번 찾는 애견미용실에서는 지난해 ‘무게 기준’을 만들더니 갑자기 4㎏ 이상 소형견은 기존 6만원에서 2만원을 더 받겠다고 통보했다. 감자가 들어간 A브랜드 사료는 단종된다며 4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랐다. 오씨는 “강아지가 음식이나 장소에 익숙해지면 바꾸기 어려워 속절없이 돈을 더 내야 하는 입장”이라며 “돈 때문에 싼 걸 고르면 덜 좋은 걸 해주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2022년 10월 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코리아펫쇼'에서 한 견주가 강아지들과 함께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3월23일은 ‘국제 강아지의 날(National Puppy Day)’이다. 모든 동물을 차별없이 사랑하는 것은 물론 유기견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취지로 2006년 미국의 동물 행동가 콜린 페이지가 창안한 날이다. 하지만 이를 무색하게 최근 반려동물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반려인들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이 늘고 있다. 요즘과 같은 고물가 시대에 ‘반려동물 전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더 비싼 값을 요구하는 것이다.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제품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두고 추가 세금이 붙었다며 ‘펫 택스(Pet Tax)’라고 꼬집기도 한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06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구의 약 25.9%로, 4가구 중 1가구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셈이다. 하지만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지 몰랐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세계일보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반려동물 전용 제품들은 사람이 쓰는 상품과 같은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가격이 비싼 경향을 보였다. 반려견용 동결건조 딸기의 시중가는 10g에 4000원대였지만, 사람을 위한 제품은 10g 기준 3000원대였다. 또한 저지방 우유(180㎖)와 미네랄 생수(500㎖)의 경우에는 반려동물용이 각각 2500원, 1500원으로 사람이 마시는 우유(630원), 생수(210원) 가격보다 약 4배, 7배 비쌌다.

이로 인해 사람 제품을 먹여도 되는 경우 반려동물용을 고집하지 않는 이들도 적잖다. 5살 믹스견 ‘코코’를 키우는 오지호(30)씨는 “락토프리 저지방 우유는 사람용을 줘도 괜찮대서 준다”며 “펫밀크가 3배 정도 비싸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병원비’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동물병원의 진료와 병원비에 대해 ‘깜깜이 과잉 진료’, ‘부르는 게 값’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상당하다. 2013년 강아지(스피츠종) ‘솜이‘를 입양한 김지원(29)씨는 강아지의 결막염으로 찾은 병원에서 9만원짜리 안약을 처방받았다. 해당 병원은 줄기세포 안약이라고 홍보하며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씨는 다른 병원을 다니며 과잉 처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물들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없어 명확한 피드백을 못 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료항목별 표준 수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취재진이 강남구 동물병원 8곳에 확인한 결과, 혈액·요검사 및 흉부·복부초음파 등 기본적인 종합검진 비용은 30만원에서 7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9월 다빈도 치료 100가지에 대해 질병명, 진료절차, 진료비 등을 정하는 진료항목 표준화를 2024년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비용 문제가 파양 사유 중 하나이자 입양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며 “무엇보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취약계층 대상 수의서비스 바우처 등 공적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