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의 디즈니랜드.’
독일 북부 도시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한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자동차 도시)’에 붙은 별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전시장이자 출고장이 결합한 곳으로, 흥미를 끄는 자동차 체험거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조성할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 아우토슈타트와 같은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자동차 업계에서 꿈의 장소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그룹인 폭스바겐그룹은 본사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공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에 4억3000만 유로(약 6000억원)를 투자해 2000년 아우토슈타트를 설립했다. 축구장 약 40개 크기인 28만㎡(8만4700평)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방문한 아우토슈타트에서 눈에 먼저 들어온 곳은 마치 거대한 ‘자동차 자판기’처럼 보이는 건물 ‘아우토튀르메’였다. 48m 높이의 20층 원통 모양 유리 외벽 건물 두 채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으로, 실내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반짝반짝한 새차 약 400대가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마침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하에 도착한 차가 리프트로 옮겨져 위층으로 이동한 뒤 빈자리로 쏙 들어갔다. 공장에서 이 건물로 이동되는 과정은 자동으로 이뤄지며, 초당 2m의 속도로 8분이 소요된다.
차주는 이곳에 와서 갓 생산된 자신의 차의 모습을 확인하고 옆 건물에서 차를 인도받아 번호판을 직접 부착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무미건조한 차 인도 과정에 영혼을 불어넣은 셈이다. 이곳에서 차량을 받아가는 고객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매일 500명, 현재는 200명 정도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고객들은 아우토슈타트에서 가족의 한 구성원을 맞이하듯 차량을 인도받는다”며 “이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 가족과 함께 1박2일 코스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방문객들은 차량 인도라는 목적이 없더라도 체험을 위해 아우토슈타트를 찾는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성인 커플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다수 눈에 띄었다. 공원처럼 탁 트인 공간에 조성된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 포르쉐 등 브랜드 개별 전시장(파빌리온)을 비롯해 공장 견학, 오프로드 코스에서의 드라이빙 체험, 카라반 숙박, 어린이를 위한 공예 워크숍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매년 약 2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다.

폭스바겐이 지향하는 기업 가치와 자동차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물도 가득하다. 자동차 박물관 ‘자이트하우스’에서는 역사적인 클래식카와 여러 슈퍼카를 예술품처럼 전시해놨다. 옆 건물 ‘콘체른포룸’에는 독일의 미디어 아티스트 잉고 귄터의 작품인 대형 지구 조형물 등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전시물과 폭스바겐의 전동화 플랫폼 MEB, 전기차 ID 시리즈 차량 등이 전시돼있었다.

아우토슈타트 한쪽에는 대형 미끄럼틀 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원 사이사이에도 어린이 놀이터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어린이용 자동차를 이용해 운전과 교통안전 교육을 하고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었다. 10여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른을 위한 체험이 대부분이었는데,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형 테마파크로 확장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폭스바겐이 아우토슈타트에 새로운 즐길거리를 계속 보완하며 방문객 절반 이상이 다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꼭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폭스바겐의 잠재고객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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