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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군 40% ‘이웃·친지 자발적 차단’… 일반의 4배 [2023 대한민국 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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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0 21:09:21 수정 : 2023-03-20 21: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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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4% “외롭다”… 고위험군 80% 달해
20대서 60대까지 “고독” 21%~26% 비슷
70대 35%로 급등… 사별 비율 높은 영향
전문가 “고립 해소 정책, 전 연령대 넓혀야”

누가 고독사 위험에 노출돼 있는가. 20일 보건복지부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가 지난해 실시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대국민 의견수렴 조사 결과(정순둘 외·1833명 대상)’를 살펴보면 고독사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들은 대부분 일반인보다 사회적 고립도와 가구취약성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가구취약성보다는 사회적 고립이 고독사 고위험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독사로 연결될 수 있는 ‘외로움’은 전 국민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 네명 중 한명은 외로움을 호소했으며, 특히 고독사 고위험군에서는 ‘혼자라고 느껴져 외로움을 느낀다’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가 전체의 7,8할이었다.

 

◆사회적 고립, 경제·건강 문제 겪어

 

고독사 고위험군은 어떤 특성을 보일까. 보통 고독사 사례를 살펴보면 이웃이나, 친구, 가족, 사회복지사 등과의 접촉을 스스로 차단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고독사 고위험군은 외출이나 주변인과의 만남을 꺼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필품 구입, 관공서, 병원진료 등 필수목적이 아닌 외출 횟수가 2주 1회 이하’인지 묻자 전체 응답자의 11.1%가 ‘예’라고 답한 반면 고독사 고위험군은 34.3∼39.6%(위험기준1·2)가 ‘그렇다’고 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친구나 지역사회(이웃/기관포함)가 찾아오겠다는 뜻을 나타내도 거부한 경험이 있다는 이가 국민 전체에선 19.7%였지만 고위험군에선 58.9∼65.8%로 확인됐다.

 

고독사 고위험군은 이같은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 위기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화를 나눌 이가 없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돈이 필요할 때 빌려줄 사람이 없다’는 질문에 ‘예’라는 응답은 전체 21.6%, 고위험군은 76.3∼86.5%였다. ‘몸이 아플 때 돌봐 줄 사람이 없다’(전체 21.5%, 고위험군 67.1∼76.6%), ‘낙심하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 대화 나눌 사람이 없다’(전체 17.9%, 고위험군 66.2∼77.5%) 등에서도 고위험군이 크게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고독사 위험은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겪을 때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신체적 질병(만성질환 등)이 있으며, 질병관리 의지가 결여되거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 6.0%, 고위험군 40.6∼55.9%로, ‘심한 우울감이나 자살 생각(시도), 알코올 및 약물중독 등 정신적 건강(질환)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 7.1%, 고위험군 44.9∼52.3%로 조사됐다.

 

경제적 위기 등으로 인해 가구취약성이 높은 경우도 고독사 고위험군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근로 능력도 없고, 소득취득 수단도 없다’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9.6%가 ‘예’라고 답한 가운데, 고위험군은 53.6∼67.6%가 그렇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은 ‘주거문제(임대료 체납, 퇴거위기, 주거환경 불량 등)를 겪고 있다’(전체 6.2%, 고위험군 39.6∼54.1%), ‘공과금(수도, 전기, 가스요금 등) 등 미납이 지속되고 있다’(전체 2.5%, 고위험군 17.4∼27.0%) 등 물음에서도 확인됐다.

 

다만 연구팀은 “가구취약성은 사회적 고립에 비하면 고독사 고위험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은 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독사 고위험군 범위를 넓게 설정(고위험군1)했을 때의 결과를 보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의 고위험군 비율이 11.5%로 하지 않는 사람(3.6%)보다 높았고, 생계급여 수급자의 고위험군 비율(12%)은 비수급자(32.4%)보다 낮았다.

 

또 주관적 경제수준 상, 중, 하 중에서도 중(8.8%)이라고 대답한 군의 고위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고독사 위험군의 주요 축을 ‘가구취약성’과 ‘사회적 고립’ 두 가지로 보고 살펴봤는데, 가구취약성보다는 외로움과 고립이 더 큰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발견이며, 향후 고독사 정책에서 사회적 고립 해소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누가 더 외로움을 느끼나

 

고독사는 외로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 교수는 “외로움은 개인적 문제이지만 결국 사회적 고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고립은 고독사 위험을 높이는 큰 특성”이라고 밝혔다.

 

‘나는 혼자라고 느껴져 외롭다’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24.3%였는데, 고독사 고위험군에서 이 비율은 73.2∼80.2%로 3배로 뛴다.

 

고독사 고위험군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1인 가구, 고령, 경제 취약층 등이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응답 역시 관련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에서는 36.2%가 ‘외롭다’고 답했다. 그 외 가구(13.5%)의 3배 가까운 숫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외로움 비율은 20대부터 60대까지 21.2%∼25.6%로 비슷하다. 특히 20대의 22%, 30대의 22.5%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해 2030 젊은층의 외로움도 중장년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롭다는 응답은 70대에서 갑자기 35.4%로 치솟는다. 혼인상태로 보면 ‘사별’(51.2%)에서 외롭다는 응답이 유일하게 절반을 넘었는데, 이는 사별이 많은 70대에서 외로움 비율이 급증하는 것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학력별로는 고졸의 27.7%, 대졸의 22.9%, 대학원졸의 17.0%에서 외롭다고 응답해 차이를 보였다. 

 

외롭다는 응답은 거주형태에서도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났다. 자가 거주자의 18.5%, 전세 거주자의 26.2%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월세 거주자는 36.2%로 자가 거주자의 2배에 달했다.

 

보건복지부 의뢰로 실시한 이번 설문은 고독사 위험이 높은 국민의 특성을 연구하고, 고독사로 연결될 수 있는 전 국민의 고립감, 외로움 수준을 유형별로 살펴볼 수 있는 첫 조사다.

 

연구에 참여한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독사는 1인 가구, 고령층만이 아닌 다인 가구, 젊은층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임이 확인됐다”면서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고독사 정책 범위를 넓히고 전 연령을 대상으로 고립 해소를 위한 지원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주거불안이 사회적 고립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월세보다는 장기임대나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고 고립 해소를 위한 교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에서 고독사 위험군은 사회적 고립도 7문항, 가구취약성 7문항을 기준으로 고위험군, 중위험군1, 중위험 군2, 저위험군으로 구분했으며 위험기준을 1과 2로 나눴다.

 

위험기준1에서 고위험군은 사회적 고립와 가구취약성 모두 2문항 이상 ‘예’라고 답한 경우다. 위험기준2에서 고위험군은 사회적 고립도와 가구취약성이 3문항 이상 ‘예’인 경우로, 위험기준 1보다 범위를 좁게 규정했다.


김희원·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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